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는 힘겹다. 장애인들의 취업은 말할 것도 없지만, 생계 지원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편의시설 설치율이 매우 낮으며, 심지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탈 수 없게 돼 있는 버스와 위험천만일 정도인 지하철은 이들의 이동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요인들이 얽혀 장애인들의 자살이 빈발하기도 하는데, 따지고 보면 이는 '사회적 타살'이 아닐 수 없다.
◇ 우리는 너무나 황폐한 정신적인 토양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장애인들의 소외도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그 골을 더 깊게 만드는 감이 없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처럼 '막무가내' 물질주의가 팽배하는 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가치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철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 정신지체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언덕길에서 미끄러지자 교사들이 제자들을 온몸으로 껴안아 대형 참사를 막은 미담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지난 12일 전남 함평의 특수학교 학생 22명과 교사'직원 24명을 태운 버스가 현장 학습 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시동이 꺼져 10m 언덕 아래로 굴렀다. 몇몇 교사는 제자를 끌어안은 채 실신하기도 했다고 한다.
◇ 교사들의 이 같은 헌신적 제자 사랑 때문에 학생들은 3명만 골절상을 입었으나 교사'교직원은 모두 전치 2주~6개월의 중'경상을 입은 모양이다. 자기 몸이야 어떻게 되든 심신이 불편한 학생들을 향한 이 같은 스승의 희생과 사랑, 그 일체감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더구나 일반 학교보다 훨씬 힘이 드는 여건 속에서 진정한 사도(師道)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경우여서 아름답고 값지기 그지없다.
◇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 날을 제정한지도 어언 25년째다. 장애는 선택이 아니므로 그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건 아닐는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누구나 '예비 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임은 그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교사들의 헌신과 실천적 사도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를 온몸으로 가르쳐준 교훈이 아닐까 한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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