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뛰는 장사 나는 장사

입력 2005-04-18 10:49:01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도끼날에 구멍이 없었대. 사람들이 도끼에 구멍을 뚫을 줄 몰라서 그냥 자루에 묶어 가지고 썼다는 게야. 그런데 언제부터 도끼에 구멍을 뚫어 쓰게 됐느냐? 이제 그 얘기를 할 테니 들어 봐.

그 옛날 어떤 장사가 있었는데 참 힘이 엄청나게 세었던 모양이야. 짐을 지면 제 몸뚱이 열 배나 되는 짐을 지고, 길을 가면 하루에 천 리씩을 가고, 도끼를 쓰면 무게가 천 근이나 되는 도끼를 썼다거든. 그러니 그 얼마나 큰 장사야?

당최 그 근방에는 힘을 겨룰 만한 사람이 없으니까, 이 사람이 힘자랑이나 해 보려고 집을 나섰어. 무게가 천 근이나 되는 도끼를 둘러메고서 나섰지. 온 나라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힘깨나 쓴다는 장사를 만나 힘겨룸이나 해 보자고 말이야.

그렇게 다니다가 한번은 어느 장터에 가게 됐어. 장터에 가서 도끼를 앞에 내려놓고 이렇게 앉아서 쉬고 있는데, 지나가던 처녀가 보고 말을 걸기를,

"장사님, 장사님. 그 도끼 팔 건 가요? 팔 거라면 내가 삽시다."

이러더래. 그 뭐 척 보기에도 몸집이 조그맣고 호리호리해서 한번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이 생긴 처녀가 그런 말을 하니까 참 우습거든. 자기 도끼로 말하자면 무게가 천 근이나 나가서, 자기처럼 힘센 장사가 아니면 들어올릴 수도 없을 텐데 말이야. 그래 콧방귀를 한번 뀌고 나서,

"흥, 그런 소리 마시오. 이 도끼는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오."

했지. 그랬더니 이 처녀가 곱다랗게 그냥 물러가는 게 아니라 그 앞에 턱 버티고 앉더래. 그러더니 도끼날을 손으로 한번 쓱 쥐었다 놓으면서 하는 말이,

"쓸 만하긴 한데 아무래도 좀 약하군."

이러는구나. 그 말을 듣고 이 장사가 참 어이가 없어서 도끼를 가만히 들여다봤더니, 아니 세상에 이런 변이 있나. 도끼날 두툼한 곳 양쪽이 정을 맞은 것처럼 움푹 들어가 있더라지 뭐야. 아까 처녀가 손으로 한번 쓱 쥐었다 놓을 때 패인 자국인가 봐, 그게. 손아귀 힘이 얼마나 셌으면 그렇게 될까. 놀라 자빠질 지경이지.

그런데, 이 때 지나가던 초립둥이가 또 말을 걸기를,

"장사님, 장사님, 그 도끼 팔 건가요? 팔 거라면 내가 삽시다."

이러더래. 아무리 봐도 나이 여남은 살이나 될까말까한 조그만 아이가 그런 말을 하니 참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올 판이지. 그런데, 참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그 초립둥이가 도끼날을 손으로 한번 쓱 쥐었다 놓으면서 하는 말이,

"에잇, 이건 아이들 장난감밖에 안 되겠군."

이러는구나. 하도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세상에! 이번에는 도끼날에 구멍이 뻥 뚫렸더래. 아까 처녀가 만져서 움푹 들어간 곳을 초립둥이가 또 만지니까 그만 구멍이 나버린 거야. 손아귀 힘이 얼마나 셌으면 그럴까.

그걸 보고 이 장사가 아주 혼이 다 빠져서 줄행랑을 쳤는데, 그 다음부터는 절대로 힘자랑 같은 것 안 하고 살더래.

그러나저러나 그렇게 구멍난 도끼날에 자루를 박아서 쓰니까 참 좋거든. 그 뒤로부터 세상 사람들이 너도나도 도끼에 구멍을 내 가지고 쓰게 됐다는 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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