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감싸원' 과 한나라당 해체론

입력 2005-04-16 12:29:42

지난 여름 자신의 돈 200억원을 남편 추징금으로 대납해야 했을 때 이순자씨는 "알토란 같은 내돈"이라고 항변했었다. 얼마나 아까웠을까? 국민들의 알토란 같은 60억원을 철도청이 날리게 된 엉터리 유전개발 사업에서 한나라당이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이광재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 "내가 결백한 것이 밝혀지면 한나라당은 해체해야 한다"고 큰소리 쳤다고 한다. 국민들은 여기서 청와대 실세 측근의 오만함을 본다.

'이광재'가 누구인가? 안희정씨와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이 눈에 넣어도 안아픈 사람 아닌가. 2003년 12월 '썬앤문 사건'때 대선 자금 1억원을 받고도 국회 답변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딱 잡아떼고,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에겐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어 총질하지 말라"고 쏘아댔던 사실을 이 의원은 기억하는가.

감사원은 또 뭣땜에 '부실 조사'의 코너에 몰려 있는가. 어제 국회에서 감사원은 이 사건의 핵심인 '도망자' 허문석씨에게 직접 조사도 아닌 진술서만 받았고, 출국까지 사실상 방치했음을 시인했다. 더구나 "이 의원은 조사할 필요성이 없다"며 감싸기까지 했다. 그래서 감사원은 지금 '감싸원'이 돼 있다.

이 의원을 감싼 감사원 사무총장 오정희씨는 누구인가. 고속 승진을 거듭, 청와대 공직 기강비서관에서 곧바로 사무총장에 발탁된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다. 개코가 아니라도 냄새를 느끼는 건 순리(順理)다.

야당이 이광재 의원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그래서 마땅하다. 제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무유기다. 우리는 결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결백이 밝혀지더라도 지금처럼 오만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의야기죄'도 죄라면 죄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옷 로비' 검찰은 해체돼야 하고, 모든 언론은 문을 닫아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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