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꿈나무 조련사"

입력 2005-04-16 10:48:45

한때 620명의 학생들이 다닌 큰 학교였지만 이농 현상과 농촌인구 격감으로 1999년 9월 분교로 격하된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 우곡초등학교 도진분교. 전교생이 비록 11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지만 육상꿈나무를 키우는 산실이 되고 있다.

도진분교에서 육상 꿈나무가 다수 배출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최영락(50) 교사가 부임하면서부터. 최 교사는 전교생들에게 매일 건강달리기를 실시했다.

2003년에는 육상 기대주 한석경(경북체육중 1년)양과 장소연(우곡중 1년)양을 배출했고 박다혜(우곡초교 5년)양을 비롯해 박지연(도진분교 4년)양, 박채연(도진분교 3년)양을 키우고 있다.

한양은 지난해 4월 도진분교 6학년 때 영주시에서 열린 경북 소년체전에서 800m달리기에서 대회신기록으로 우승했고 다른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장양도 지난해 7월 경북 종별 육상경기대회 멀리뛰기에서동메달을 따는 등 유망한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또 박지연(4년)·채연(3년)양도 성장속도가 빨라 육상 꿈나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월 3일 1천600여 명이 참석한 벚꽃마라톤대회에서 최 교사가 훈련시킨 학생들이 1위에서 6위까지 휩쓸면서 고령군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1위는 한석경, 2위는 김명경, 3위는 윤명환, 4위 박다혜, 5위 장소연, 6위 박채연 등으로 모두 쌍림초교와 도진분교에서 최교사가 훈련시킨 학생들이다.

최 교사는 "제자들이 한꺼번에 수상대에 오르는 것을 본 순간 그동안의 고생이 모두 달아나는 것 같았다"며 흐뭇해 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학생들의 체력향상을 위해 매일 오전 수업시간 전에 운동장을 평균 10바퀴 이상(선수는 20바퀴 이상) 건강달리기를 시킨 최 교사의 노력이 배어 있다.

운동 때문에 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컴퓨터 교육, 한자, 영어 등 모든 학과목에 대한 학력 향상에도 힘을 쏟아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방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한자는 지난해 졸업생 3명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한자능력 6급을 모두 획득했을 정도다.

노영옥(78)씨는 "외손녀를 이 학교에서 공부시키다 가정형편으로 전학시켰지만 체력은 물론 공부에도 열성을 기울여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칭찬했다.

박채연양은 "원래 달리기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건강달리기를 하다 보니 자신이 생겨 선수로 뛰고 있는데 열심히 운동해서 체육선생님이 되겠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최 교사는 달리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은 운동장 돌기보다는 축구공을 갖고 놀도록 하고 학생들이 힘들어하거나 싫증낼 때를 대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하고 있다.

"예전에 구미시에서 근무할 때는 학급당 60명의 학생들까지 지도했지만 분교에서는 학생수가 적어(4학년 4명) 개별교육을 하다보니 힘이 더 든다"는 최교사는 "도시의 나약한 학생들에 비해 체력이 튼튼하고 학력도 향상된 학생을 만드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령·김인탁기자 ki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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