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젊었어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14일 오후 4시30분쯤 대구 북구 산격종합사회복지관 내 식당. 노인정에서 잠시 몸을 뉘었던 신복련(81) 할머니가 다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저녁 6시면 식사하러 오는 70여 명의 결식 아동들의 찬거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 오늘 저녁 메뉴는 만두국. 신 할머니는 잔뜩 쌓아둔 파를 일일이 다듬기 시작했다. 산격주공아파트 102동 장혜숙 통장, 김경자, 조철호씨도 함께 일을 거들었다.
"음식 맛은 정성이지." 할머니는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몰려 올 아이들을 떠올렸는지 손길이 바빠졌다.
신 할머니는 이곳 복지관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최고 연장자다. 여든이 넘은 나이지만 젊은이 못잖다고 이곳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신 할머니는 급식을 담당하고 있다. 점심때는 150여 명의 노인 손님을 치러야하고, 저녁에는 70명 남짓한 아이들의 끼니를 챙겨주느라 잠시 쉴 틈도 없다.
할머니에게 이곳 식당은 집이나 별반 다름없다. 매일 아침 복지관으로 나와 쌀을 씻고, 밥을 한다. 각종 찬거리를 다듬는 일에서부터 설거지까지 궂은 일을 자청해 하고 있다. 저녁 8시가 돼야 집으로 돌아가지만 남은 음식들을 이웃에게 나눠주러 아파트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귀가시간은 더 늦어진다.
산격복지관 노인봉사단원인 할머니는 또 간간이 농촌일손도 돕고, 수해복구현장에도 찾아가 사랑을 전해주고 있다.이렇게 5년째. 신 할머니는 "고단하긴 하지만 막상 손에 물을 묻히면 젊은이처럼 힘이 솟는다"며 이런 활동이 건강을 지켜주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더 많다고 했다.
이은주 복지사는 "고단할 텐데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다"며 "늘 웃고 계신 모습 때문인지 함께 일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고 했다."앉아서 놀면 뭐해." 할머니는 기력이 있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을 보면 힘이 솟는다는 신복련 할머니가 14일 저녁 결식아동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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