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알짜? 빈바지?…청구는 어디로

입력 2005-04-16 09:56:32

외환위기 파고에 휩쓸려 1997년 부도가 났던 (주)청구가 M&A(인수·합병)를 위한 본계약(매각대금 1천227억 원)을 지난 13일 체결했지만 청구 임·직원들과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그리 밝지 않은 표정이다.

쎄븐마운틴그룹의 우방 인수 당시에도 같은 걱정을 했었지만, 인수자가 회사 생존에는 관심없고 보유부동산을 분리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차익만 챙겨 빠져나가지나 않을까 하는 추측 때문이다.

특히 인수자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여서 더욱 그러하다.

아직 채권단 동의와 대구지법의 법정관리 종결결정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데도 인수자 측은 "사옥과 일부 부지를 제외한 동산과 부동산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자칫 인수자가 알짜배기 부동산만 처분하고 빠져버릴 경우 재기를 꿈꾸며 8년여간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있는 임·직원은 물론이고 청구 회생으로 지역건설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시민들은 큰 실망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투기자본의 폐해는 극동건설 인수사례에서 잘 볼 수 있다.

외국계 투자사인 론스타는 2003년 4월 법정관리 중인 극동건설을 1천476억 원에 인수했으나 지금까지 회수했거나 회수가능한 금액이 인수금액의 배가 훨씬 넘는 3천6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염불(회사 경영)에는 관심없고 잿밥(이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격이다.

이렇듯 건설사의 M&A는 우려반 기대반이다.

'빈바지' 청구가 되도록 버려두느냐, 아니면 청구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역동적으로 뛰는 '알짜'기업으로 만드느냐는 이제 인수자 컨소시엄과 채권단의 생각에 달렸다.

경제부·황재성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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