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권고안, 비정규직법 '4월처리' 변수

입력 2005-04-15 12:38:03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14일 노동계의 손을 들어줘 향후 처리 방향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하고 있으나 정부와 경영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와 노사정이 법안 처리에 앞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수세에 몰리던 노동계는 '인권위의 응원'을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권위 권고를 계기로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될 경우 정부와 국회의 '4월 처리' 방침에도 변화가 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 환영-재계·정부 반발 = 인권위원회의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의견에 노동계는 환영했지만 정부와 재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근로자 관련 2개 법안에 대한 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정부여당은 인권위의 정책권고를 전면 수용한 법개정에 즉각 돌입할 것" 을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기간제 근로자 사용 사유 제한' 등 인권위의 입장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와 고용불안정, 노동권의 제약 등 노동인권에 있어 심각한 제약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인권위의 권고안이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해 핵심적이고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동부와 재계는 인권위 권고에 대해 '노동시장을 무시한 빗나간 의견' 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 법안은 노동시장, 국가경쟁력, 일자리 창출 등 복합적 측면에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문제"라며 "인권위가 의견을 발표한 것 자체가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며 노동시장의 문제를 인권, 정치적 문제로 다루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도 "비정규직 문제는 인권 차원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노사정이 대화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의견을 낸 것은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결과를 낳아 혼선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법안 재논의 중 노동계에 '원군' = 노사정이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재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위 권고는 노동계에 '백만 원군'이 되고 있다.

국회와 노사정은 지난 6일 대표자급 간담회, 8일 첫 실무회의를 연 데 이어 지난 13일 2차 실무회의와 16일 3차 실무회의를 거쳐 오는 20, 21일엔 1박2일 합숙회의(MT)를 거쳐 비정규직법안의 처리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다.

전날 열렸던 2차 실무회의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정부의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의견을 각각 제시했으며 이 의견에는 인권위 권고안 내용이 모두 포함됐었다

한국노총은 △기간제 근로의 합리적인 사유 없는 기간제 사용 제한(사유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와 차별에 대한 사용자 입증 책임 부과△파견업종 '포지티브'와 파견기간 2년 유지·초과시 고용의제 유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사용제한(기간제 사유 제한, 파견제 폐지 등)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으로 차별 폐지 △비정규직 노동3권 보장(특수고용노동자 노동권 보장, 간접고용노동자 사용자 책임인정)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기간제 사용 사유 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시'로 요약되는 이번 인권위 권고는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노동계 주장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

◆비정규직 논란 확산시 '4월 처리' 변수 = 인권위 권고안은 정부는 물론 여야가 합의한 '4월 처리' 방침이 다시 바뀔 수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가기관인 인권위의 권고안이 노동부안과 서로 달라 비정규직 보호입법을 놓고 정부가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은 꼴이 됐다.

또한 인권위 권고안은 비정규직법안을 노동시장 측면뿐 아니라 인권 차원에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학계나 시민단체 등으로 비정규직 보호 관련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동계에 힘이 실리면서 비정규직법안의 4월 처리를 반대해온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에도 단순한 '명분 쌓기'가 아닌 성실한 논의를 통한 '보호법안' 만들기에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노동부와 경영계는 인권위 권고안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물론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비정규직법안 처리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4월 처리 유보'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동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인권위 권고안은 그동안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던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당초 계획했던 일정도 정부 내 다른 기관에 의해 순항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비정규직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될 경우 정부와 국회도 굳이 4월 처리를 고집하기보다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노동계의 성실한 대화를 전제로 처리를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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