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욕망

입력 2005-04-15 10:54:56

마거릿 크로스랜드 지음/랜덤하우스 중앙 펴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남자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있다. 당 현종과 양귀비가 그랬고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가 그랬다. 이들의 스토리는 염문이라기보다는 성적 매력을 발휘해 절대 권력자를 유혹하고 그 권력을 공유하려 한 여성들의 욕망이 만들어 낸 역사다.

이 책은 루이 15세의 애첩으로 19년 동안 프랑스에서 절대 권력을 공유했던 마담 드 퐁파두르에 대한 것이다. 제도적으로 여성이 사회에 진출할 수 없었던 근대 이전. 능력있는 남성을 유혹하는 일이야말로 여성들에겐 가장 큰 '정치적 성공'을 의미했다. 가진 것 없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여성들이 이 같은 정치적 성공을 위해 갖춰야 할 것은 미모와 사교술이었다. 미천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마담 드 퐁파두르가 점성가의 예언을 듣고 왕의 정부로 키워지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담 퐁파두르를 프랑스 혁명을 앞둔 18세기 역사를 움직인 '왕의 정부'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인물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는 루이 15세와의 '성적인 애정관계'를 적절한 시기에 '동반자적 우정'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한편으로 그녀는 샤르댕 피갈 볼테르와 같은 저명한 작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단순히 섹스나 사랑에 관한 로맨스는 아니다.

베르사이유 궁전 안에서 벌어졌던 배반과 갈등의 암투, 유럽 대륙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쳤던 7년 전쟁에 얽힌 야사도 곁들여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의 정치'문화적 배경은 물론 18세기 유럽에서 여성의 지위와 권리가 얼마나 제한되어 있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288쪽 1만2천500원.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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