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그대로 숨쉬는 목조 공간
자연을 벗 삼아 한평생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하지만 자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퍼다 줄 것 같은 자연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겐 그림의 떡이다. 자연을 집 안으로 옮겨온 전원주택도 준비된 자만의 것일 터. 철저한 사전준비는 필수다.
경산시 갑제동 이정수(56)씨의 집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목조건물인 만큼 이씨가 들인 공은 상당하다. 나무집을 직접 짓기 위해 수년간 나무 공부를 했다. 또 경기도 광주에서 석 달 과정의 '목조주택 제대로 짓기 교육'도 들었다. 자연나무는 제각기 휘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씨의 집은 온통 나무다. 홍송, 참나무, 홍자작나무 등 7종류의 목재를 사용해 집을 이뤘고 화분 받침대, TV 받침대, 찻상 등도 나무로 만들었다. 정원에도 메타세콰이어, 능수화, 동백나무, 자목련 등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산다. 한마디로 수목원이다.
목조건물의 가장 큰 장점은 살아 숨 쉬는 집이라는 것이다. 가공을 했으니 죽은 나무가 아니냐는 생각은 오산. 집을 지은 후 3년 동안 송진이 떨어졌단다. 집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 뿜어내는 송진(피톤치드)은 자연친화력을 더욱 높이기 마련. 집 안에만 있어도 자연스레 삼림욕을 할 수 있어 건강이라는 선물도 함께 받는 셈이다. 여기서 주인의 나무에 대한 지식이 나타난다.
"내부를 깨끗하게 보이려고 니스 등을 칠할 경우 나무는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자연 그대로 나 둬야 목조건물의 참맛을 얻을 수 있지요." 실제로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솔밭 속에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향긋한 소나무 향기가 코를 어루만진다.
살아있는 나무가 주는 혜택은 또 있다. 비 올 때는 집안의 습기를 나무가 다 빨아먹고, 건조할 때는 내뱉는다. 이 집에 가습기가 필요 없는 이유다. 도심 아파트에 살 때 이씨를 괴롭히던 비염이 이곳에서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애초부터 화학자재를 쓰지 않았으니 새집증후군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현관을 들어서면 정원이 훤히 내다보이는 집 중앙에 거실이 있고, 양 옆으로 안방과 주방이 들어섰다. 밖에서 보면 집 외양은 2층 구조이지만 실내에는 2층이 없다. 반 2층만 있다. 당연히 천장이 높을 수밖에. 실내 바닥에서 천장 가장 높은 곳까지 7m가 넘는다. 집 안이 굉장히 넓어 보이고, 탁 트였다고나 할까.
단순한 구조로 이뤄진 집이지만 주인의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있다. 나무가 주는 정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직접 보고 만지기 위해 일부러 나무를 드러냈다. 통나무 기둥과 보, 서까래 등이 훤히 드러나 보여 집(48평)이 훨씬 넓어 보인다. 천장에는 두 개의 창을 내 쏟아지는 별과 달빛을 고스란히 받게 했다. 또 주방 싱크대 위에 큰 창문을 만들어 정원과 통하게 했고, 거실과의 벽도 없애는 등 주부의 시선을 즐겁게 했다.
2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참나무를 썼다. 흔히 사용하는 통나무 원판을 쓸 경우 뒤틀림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정원이 바깥세상과 차단돼 있다는 것이다. 북쪽에 대문을 두어 현관을 통하지 않고서는 정원으로 나갈 수 없게 설계한 것. 숨어 있는 정원은 사생활 보호에 그만이다.
붕어가 노니는 연못과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는 공간, 등나무 지붕의 사각 정자에 수많은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는 정원은 마냥 부럽기만 하다. 게다가 영남대 뒷산이 정원과 연결돼 있어 덤으로 좋은 전망과 산책로까지 얻은 셈이다.
참 목조건물은 지진에 강하단다. 시멘트 건물은 조금만 흔들려도 금이 가지만 목조건물은 휘어져도 생물인 나무의 특성상 원상회복력이 빠르기 때문.
목조건물은 나무의 성질을 잘 알고 지어야 실패할 확률이 없다. 철저한 준비로 맞춘 집은 더 없이 편안한 집임을 이 집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정용의 500자평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무엇을 주재료로 지을까를 고심하게 된다. 벽돌, 콘크리트, 스틸, 흙, 돌, 나무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가 집짓기의 시작이다. 웰빙시대에 건강주택을 짓는 것에 관심을 갖다보니 사람과 가장 친할 수 있는 재료로 나무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나무는 생긴 모양 그대로 집을 짓는 통나무 주택과 가공을 하는 목조주택으로 나누어진다.
목조주택의 장점으로는 천연소재인 목재를 사용하여 쾌적하고 안락하여 건강에도 유익하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이정수씨는 가벼운 하중과 일체화된 구조를 이용하고 서까래를 노출시키는 공법으로 시공한 결과 시원스럽게 오픈된 천장에 육중한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돼 아름다운 원목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도리를 거실 밖으로 노출시킴으로써 높은 거실벽의 단조로움을 없애고 보가 거실 중앙으로 나무가 이어지는 느낌을 받게 함으로써 목조주택의 자연친화적인 아름답고 격조 높은 집에 한몫 하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집은 목조주택에서 보의 길이가 짧고 하중이 약한 약점을 보강해 공학목재(합성보)를 사용함으로써 시원한 거실을 만들었고 주택 외부에는 시멘트 사이딩을 사용함으로써 통나무주택에서의 매년 페인팅을 하는 관리의 어려움을 덜고 세월의 흐름이나 기호에 따라 외벽의 색상을 달리 할 수 있어 늘 새로운 집에 산뜻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수 있어 좋아 보인다.
또 동서가 좁고 남북이 긴 택지를 택함으로써 정원 이용도가 높고 북대문이라 거실을 통하지 않고는 정원으로 나갈 수 없는 설계를 했다. 철저하게 정원은 숨어 있어 사생활 침해를 받지 않고 거실에서는 자유스럽게 창을 열고 생활할 수 있게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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