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와 함께

입력 2005-04-14 08:49:25

찾아가 반만 본 산

돌아와서 다 뵙디다

눈에는 낡았던 절

가슴에는 불입디다

뜨는 눈 감는 사이가

부침인가 봅니다

섬은 서해 서녘

가뭇 가는 돛배였소

산숲은 높이 걸린

바람 받은 돛이었소

절이야 애당초 그 배에

실린 꿈이었다오

정완영 '전등사'

강화도에 있는 전등사라는 고찰을 참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직접 보면 더 잘 보일 텐데도 찾아갔을 때는 반만 보았다고 해놓고 '돌아와서 다 뵙디다'라며 묘한 귀띔을 한다.

눈에는 낡았던 절이었으나, 가슴에는 불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섬을 가뭇 가는 돛배로, 산숲을 바람 받은 돛으로 본 것도 흥미로운데, 절을 그 배에 실린 꿈이었다고 하여 '정말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봄꽃이 다 지기 전 꼭 한번 찾아가 보았으면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전등사, 마치 노시인이 정겨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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