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압 여부 등 의혹만 부풀려
감사원은 이번 특감에서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참여 과정은 어느 정도 밝혀냈다.
하지만, 철도청이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정치권의 외압 여부 등 핵심 의혹에는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
특히 이 사건의 중심인물인 전대월씨와 허문석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왕영용씨의 진술에만 의존한 결과 의혹만 더 부풀린 꼴이 됐다.
△사건의 경위
철도청의 유전개발사업은 지난해 5월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가 전씨에게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전씨는 평소 알고지내던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이 의원은 지질학박사 허씨를 소개해줬다.
이후 전씨와 허씨는 철도청에 러시아 유전업체인 페트로사흐를 인수하자는 제의를 했고 철도청은 이를 받아들여 철도교통진흥재단을 통해 유전개발 전담업체로 KCO(재단 35%, 전대월 42%, 권광진 18%, 허문석 5%)를 설립했다.
이후 사업추진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KCO 설립 보름 만에 러시아 유전의 지분 97.16%를 6천200만 달러에 매입하기로 계약하고 대금 조달을 위해 우리은행에 2천400만 달러의 대출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청은 전씨에게 사례비로 12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650만 달러만 대출해주는 바람에 약속이행이 어렵게 되자 신광순 당시 차장의 위임장을 위조하면서까지 전·권씨 지분을 120억 원에 사들였다.
또 유전개발과 같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철도청 차장이 주재하는 정책심의회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차장 주재로 사업설명회로 대체, 급히 열어 사업참여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석유매장량 등에 대한 증거서류, 연간영업이익 등의 증빙서류도 무시해버렸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인물은 철도청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이다.
이후 계약금조로 620만 달러를 빌려 계약금조로 송금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고 페트로사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판명나자 계약을 해지했다.
△풀어야 할 의혹
무엇보다 철도청이 왜 무리하게 유전인수사업을 했는지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철도청은 유전개발을 위해 정관을 바꾸고 본부장급 회의에서 급하게 사업참여를 결정했다.
이에 대한 감사원의 설명은 왕영용씨가 이광재 의원의 이름을 판 전대월씨와 허문석씨에게 속았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유전사업을 처음 제안해왔던 전씨에게 사례비로 120억 원이나 주기로 한 사실 등에 비춰 단순 사기사건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일치된 관측이다.
이광재 의원의 연루 여부도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이 의원을 조사했으나 '협의없음'을 결론내렸다.
그러나 허문석씨는 "이 의원이 추천한 사업"이라고 했고 철도청 회의록에도 "이 의원이 철도청에 사업참여를 제의했다"고 돼 있다.
결국, 도피 중인 전대월씨와 인도네시아에 체류 중인 허문석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철도청이 무모하리만큼 속도전을 낸 것도 의문이다.
유전개발은 투기라고 할 만큼 위험도가 높은 사업이다.
철도청은 전문기관의 실사나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았다.
전씨가 사업추진이 결정된 철도청 사업설명회에서 "엑슨, 브리티시피트롤리엄(BP) 등 대형 외국석유회사가 지분참여한다"고 허위보고를 한 것에 대해서도 확인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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