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산업도시' 출발부터 비틀

입력 2005-04-13 11:20:17

'문화산업도시' 대구의 비전이 첫출발부터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인 '관광진흥법개정안'은 대구가 동북아시아의 문화산업도시로 발돋움하는데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카지노'와 '테마파크', '디지털 콘텐츠' 및 음악·영화·미술 등 각종 문화산업과의 관련성을 분석해 보고, 향후 대책을 고민해 본다.

◆왜 외국인 카지노인가

문화산업도시 대구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가장 큰 쟁점은 바로 외국인카지노. 최근 대구를 방문한 한 외국 투자자는 테마파크 조성에 5억 달러(약 5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전제조건으로 외국인카지노 허가를 요청했다. 대구에 세워질 30만~200만 평 규모의 테마파크는 중국, 대만,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의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이어야 하므로 외국인카지노가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주 불국사와 남산,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등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과 유교적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안동, 영주, 봉화 및 대가야 문화권 등 대구 인근의 뛰어난 문화·관광 자원은 이미 세계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카지노만 들어설 수 있으면, 대구는 세계적 수준의 테마파크와 인근의 문화·관광자원을 연계시킴으로써 단시간에 동북아시아 최고의 문화·관광 도시로 뛰어오르는 계기를 맞게 된다. 구미, 포항, 울산, 창원, 부산 등 영남권 1천700만 명 인구는 테마파크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해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 측면에서도 다른 지방도시들에 비해 아주 유리하다.

그러나 국회 문화관광위는 5억 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경우 제주도에만 제한적으로 외국인카지노 신설이 허용되던(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것을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경제자유구역 내의 관광사업'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 광양, 부산을 제외한 대구 등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문화·관광 투자를 원천적으로 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결국, 세계적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대구의 꿈은 '법'에 의해 좌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 테마파크가 문화산업을 완성한다

대구는 게임·모바일 콘텐츠, 영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만화, e-러닝, 방송, 디자인, 출판 등 디지털 기반기술의 문화콘텐츠를 테마파크(공연·축제 포함)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및 전통 문화산업(순수예술)과 연계·확산시킴으로써 문화산업도시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04년 매출 5천200억 원으로 지역 내 산업비중 2.6%에 불과한 대구 문화산업(SW포함)이 2015년에는 매출 5조3천656억 원으로 대구산업생산의 17%를 점유할 전망이다.

하지만, 젊고 우수한 인력을 필요로 하는 IT(정보기술)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정주환경이 우수하고 시장이 있는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대구의 현상태를 그대로 두면서 디지털 문화산업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도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헛구호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이런 측면에서 테마파크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디지털 콘텐츠와 공연·순수예술 등 문화산업의 대중성 및 시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문화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고, 꿈을 심어주며, 소비를 창출하는 끊임없는 샘이 바로 테마파크이고, 이 테마파크가 세계적 수준으로 세워질 수 있을 때, 대구의 문화산업 역시 세계적 수준으로 뻗어갈 수 있는 터전을 갖게 된다.

◆정부와 국회는 규제를 완화하라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신봉철 부장은 "단기적으로 어린이대공원 등을 디지털 문화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해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 문화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역은 물론 국내와 전세계의 콘텐츠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획기적 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창곤 엑스코 대표도 "동남권 중심도시로서 아시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대구권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하려면 디즈니랜드나 레고 같은 세계적 브랜드가 참여하는 테마파크 조성이 아주 효과적"이라면서 "투자하겠다는 외국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에서 법으로 이를 규제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이나 국가발전 모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산업정책 담당 사무관은 "사행풍조 조장에 대한 우려와 전국 13개 외국인카지노 중 11곳이 최근 수년간 경영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정부와 국회가 규제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카지노의 부작용은 내국인 전용 정선카지노와 마카오 등 해외 카지노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관은 또 "국내 외국인 카지노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전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대구 테마파크는 오락과 놀이, 여가, 쇼핑이 어우러지면서 각종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와 다양한 공연기획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콘텐츠로 방문할 때마다 새로움을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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