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역정 26년-(4)끝없는 방문사목

입력 2005-04-13 09:39:18

"나의 모든 여행은 하느님의 백성들이 살고 있는 성지로의 순례입니다.

전 인류의 사랑과 평화, 우애를 위한 순례인 것입니다.

"

방문한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그 나라 땅에 입을 맞추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행동하는 교황'으로 불린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순례자였다

세계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 사막이나 정글의 오지,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망설이지 않고 찾아 나섰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78년 교황에 즉위하면서 "세계화 시대의 교황으로서 세계 각지를 최대한 많이 돌아보겠다"고 공언했고 26년 5개월의 재임 기간 동안 그 약속을 충실히 지켰다.

교황의 끊임없는 해외 사목 방문은 갖가지 기록을 남겼다.

1979년 1월 멕시코와 바하마로 첫 사목 방문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 8월 프랑스 루르드 방문에 이르기까지 모두 129개 국 600여 개 도시를 방문해 2천400여 회 연설을 했다.

이동거리는 총 124만7천㎞, 지구를 29바퀴나 돈 셈이다.

그가 만난 정치 지도자만 1천350여 명을 헤아리고 1천800만 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들이 그를 환영했다.

해외에 머문 시간만 재위기간의 6%였을 정도. 전임 교황들이 거의 바티칸에 머물면서 연례행사를 위해 이탈리아 국내 정도만을 여행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16세기 이후 비이탈리아 출신으로 처음 교황으로 선출된 요한 바오로 2세는 이탈리아 내의 사목방문에서도 선임 교황들을 압도했다.

그가 로마를 제외하고 이탈리아의 각 지방을 방문한 것은 146회, 로마교구장으로서 333개 로마 교구내 본당을 방문했다.

교황 해외 사목 방문 중 가장 긴 여행은 1986년 11월 18일부터 12월 2일까지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피지,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인도양의 6개 국을 순례한 것으로 4만9천㎞를 비행한 긴 여정이었다.

가장 짧은 여행은 1982년 8월 이탈리아 동부의 작은 나라 산 마리노 방문으로 불과 5시간 만에 끝났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특히 유럽과 아프리카를 많이 방문했다.

유럽 54개 국, 아프리카 대륙 42개 국을 다녀갔다.

교황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는 단연 고국 폴란드로 9차례 방문했고, 미국 7회, 프랑스 6회, 멕시코와 스페인을 5회씩 방문했다.

특히 2000년 대희년의 성지순례는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평화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집트에서 시작해 시나이산을 거쳐 요르단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 이른 여정을 통해 중동에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고령과 건강 악화로 거동이 극도로 불편했음에도 지난해 아제르바이잔과 불가리아, 스위스와 루르드를 방문했다.

하지만 요한 바오로 2세의 지구촌 순례는 결국 미완성으로 끝났다.

오랜 숙원에도 불구하고 유독 북한과 중국, 러시아 땅만은 밟지 못한 것. 특히 지난 2000년 6월 평양을 방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교황의 방북을 주선, 교황의 방북 논의가 급물살을 탔으나 북한 측이 가톨릭 교회와 신자를 부인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중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장 열렬한 희망 가운데 하나였지만 결국 이뤄지지 못했고, 가톨릭과 러시아 정교회와의 갈등으로 끝내 모스크바를 방문하지 못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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