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後 독일영화의 거장 파스빈더 감독 대구회고전

입력 2005-04-13 08:51:48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14일부터 6일간

'뉴저먼시네마의 거장'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1945~1982)의 대표작 6편을 대구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대구시네마테크는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주한독일문화원과 공동으로 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대구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에서 전후 새로운 독일 영화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감독 파스빈더의 탄생 60주년 기념 회고전을 갖는다.

파스빈더는 뉴저먼시네마의 '심장'이라 불리는 인물로 전후 유럽영화뿐만 아니라 세계영화사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감독 중 한 사람. 1945년 독일 남서부 바바리아 지방에서 태어난 파스빈더는 1969년 데뷔해 1982년 37세로 요절할 때까지 14년 동안 장편극영화 38편, 중단편 3편, TV 시리즈 2편과 많은 연극 등을 만드는 놀라운 열정을 보여줬다.

그의 작품은 전후 독일사회의 현실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대한 격렬한 반항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중에게 친숙한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억압받고 소외된 계층의 삶과 왜곡된 독일의 현실을 비롯한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할리우드적인 멜로드라마의 세계를 파스빈더적으로 재구성한 '사계절의 상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폭스와 그의 친구들', 혼란스러운 독일 현대사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 '중국식 룰렛',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 '베로니카 포스의 갈망' 등 6편의 장편영화가 상영된다.

상영시간은 오후 1시, 3시20분, 5시40분, 8시. 하루 네 편씩. 관람료는 1편 4천 원, 전회관람권 1만 원. 053)425-2845. 정창룡기자

■ 상영작

△사계절의 상인(Der Handler der vier Jahreszeiten: 1971년, 89분, 컬러)= 독일영화제 3개 부문 수상작. 가족과 제도의 압력 속에서 좌절과 실패를 겪는 무능력한 소시민의 불안과 소외를 센티멘털하게 그린 비극.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Angst essen Seele auf: 1973년, 91분, 컬러)=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수상작. 남녀의 사랑과 가족 관계를 둘러싼 멜로드라마의 틀 속에서 독일 사회에 잔재한 파시즘과 경제성장의 그늘 뒤에 숨은 위선과 소외를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

△폭스와 그의 친구들(Faustrecht der Freiheit: 1974년, 123분, 컬러)= 동성애 모티브와 멜로영화의 틀을 빌려 성과 권력, 계급과 자본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

△중국식 룰렛(Chinesisches Roulette: 1976년, 86분, 컬러)= 상류계급의 위선과 비인간적인 가정생활을 스트린드버그적인 실내극으로 구성한 작품. 파스빈더의 영화 중 가장 현학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작품.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Die Ehe der Maria Braun: 1978년, 120분, 컬러)=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독일영화제 독일연방공화국 40주년 특별영화상 및 5개 부문 수상작. 1940~50년대를 배경으로 전형화된 한 여자의 개인사를 통해 독일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독일현대사 3부작의 첫 작품.

△베로니카 포스의 갈망(Die Sehnsucht der Veronika Voss: 1981년, 104분, 흑백)=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 토론토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수상작. 나치 전성기의 대스타였던 늙은 여배우와 젊은 기자의 관계를 통해 전후 독일에 드리워진 파시즘의 망령을 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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