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 북한을 향해 불만의 소리를 터뜨렸다. 어저께 베를린의 재독 교포 간담회 자리에서 "때로는 남북 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며 "갈 길이 멀고 거칠 과정이 많은 남북 문제는 하나하나가 상호 존중되며 약속을 지키는 데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대북 발언에 비해 너무 의외다.
그동안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그저 끌어안고 감싸기 일변도로 비쳐 많은 국민이 걱정과 우려를 나타냈지만 막무가내였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LA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도 "핵이 자위 수단이라는 북한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말까지 했다. 지난 2월에는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했지만 '협상용'으로 깎아내렸고, 그러면서도 경제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미국과는 묘한 마찰음까지 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의 태도가 지나치게 비협조적이고 남한을 무시하는 듯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로 한쪽이 끌려가는 상황이 돼서는 건강한 남북 관계 발전이 어렵다"고 말한 것 같다. 이 말을 집권 후 북한에 대해 경험했던 결과로 국민이 받아들여야 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혹시 4'30 재보선을 겨냥한 발언이라면 되레 북한은 앞으로 더 무시할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독일 땅에서 울린 대통령의 쓴소리지만 북한 당국도 곧장 귀를 기울이리라 본다. 핵 문제만 해도 그렇다. 북한이 엄연히 남북한 비핵화 공동 선언을 위반했는데도 미국만 붙들고 협상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노 대통령의 발언을 기회로 남북한은 새로운 신뢰를 구축해 보다 진전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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