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독도 앞바다 詩祝祭 / 거짓 주장·歪曲 냉철한 대응을
초기의 잠수함들은 항해할 때 토끼를 싣고 다녔다.
토끼는 깊은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잠수함 속에서 바지런히 쏘다녔다.
그러다 산소가 모자라면 민감하게 숨을 할딱였다.
숨쉬기 어려워진 토끼의 모습을 본 선원들은 물 위로 재빠르게 솟구쳐 오르곤 했다.
과학의 발달로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지만, 그 시절에는 토끼가 잠수함의'살아 움직이는 위기 경보기'역할을 했던 셈이다.
1970년대에 대구를 찾았던, 소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시인을 '잠수함 속의 토끼'에 비유한 바 있다.
시인이 그만큼 사회의 첨예한 자리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게오르규는 시인을 '다가오는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재빠르게 경보를 보내는 존재'로 보았다. 동시대에도 다른 견해는 없지 않았다. "옛날 시인은 자기를 예언자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오늘날에는 시인이 전문가의 등급에까지 떨어졌고, 호텔 숙박부의 이름 아래 문필업이라는 직업을 명기할 때 일종의 거북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 철학자이자 문인이었던 J. P. 사르트르의 다분히 자조적인 말이다.
요즘 일본의 독도(獨島) 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이 불러온 한·일 외교전이 국제 사회를 무대로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시인협회는 한 주일 전'독도 사랑 시낭송 예술제'를 가졌다. 시인 106명 등 140여 명의 '독도 찾기'였다.
함께 참여해 보았지만, 독도는 이르기 어려운 고도(孤島)에다 일본의 억지 주장 와중이어서 그런지 우여곡절도 많았다.지난 3일 울릉도 뱃길은 파도가 사나웠다. 다섯 시간 만에 포항으로 회항할 때 어떤 시인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튿날 고전 끝에 포항→울릉도→독도→울릉도 항해가 이뤄졌다. 하지만 무려 열 시간이나 소요됐으며, 독도 접안이 안 돼 선상 행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물론 시인들의 독도 사랑은 각별했다. 독도는 '한국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이자 '미동도 않는 자세로 우뚝 솟은 파수병'(성찬경)이었다. '내 조상의 담낭' '내 자식의 담낭' '내 조국의 고독'(고은)이었다. '날마다 태어나는 빛의 아들'이요 '단군사직의 제단'(이근배)이면서 '반도의 야경꾼'(이가림)이고, '혈혈단신 맨몸으로/우리 땅을 지키려 나간/맨주먹의 섬'(조정권), '인기척이 그리운 사막 같은 대낮'(박정대)이기도 했다. '파도, 바람, 물새도 기역 니은 디귿 리을…로/한글 노래 부르는 시인들의 섬'(유안진)이며, '비바람 몰아치고 태풍이 불 때마다/안부가 걱정되는'(오세영) 존재였다. 그래서 '너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독도여, 함께 가자'(김종해)거나, '독도 만세를 부르자'(이근배)는 외침을 터져 나오게 했다.
시인들의 이 같은 독도 사랑은 같은 날 밤 '울릉도 시낭송 축제' 에서도 이어졌다. 독도를 향해'바닷바람에 지친 너를 두 팔로 감싸 안는'(이건청)가 하면, '두 캐럿 국토의 보석이여'라며 '나 떠나도 울지 마라'(이기철)라고 달래고, '이 세상 끝날까지/내 고향 독도에서 살으리 살으리랏다'(김소엽)라는 노래를 낳기도 했다.
게오르규의 말이 여전히 유효한 것 같고, 사르트르의 말도 머릿속에 맴돌게 한 이벤트였으나, 보다 냉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도는 분명 우리 땅이더라도 왜곡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국토 영유권 문제라면 '감성적 접근'만으로는 제대로 풀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은 외교적 수사를 늘어놓으면서도 독도 침탈 야욕과 역사 왜곡의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막무가내 우기고 있으며, 교과서 개악이 일본 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임에도 기만과 후안무치의 망발을 일삼고 있다. 이대로는 한·일 간 외교 전쟁이 불가피하다. 국제 사회에서 공감대를 넓히고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을 찾지 않으면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거짓 주장과 왜곡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차단하기 위해 더 늦기 전에 '냉철한 대응과 전략'을 서둘러야 할 때다. 그 해법은 이미 나와 있기도 하지 않은가.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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