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고교야구 승부조작 있었다"

입력 2005-04-12 09:58:54

심판들 양심선언 아마야구 강타

경북야구협회 심판들이 관행적으로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아마야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KBS는 지난달 29일 포항에서 열린 대통령배 고교야구 경북지역 최종예선전에 참여한 심판들이 "승부를 조작했다"고 밝힌 '양심선언' 내용을 지난 10일 보도했다.

취재진은 경기 직전 심판장(심판배정권을 가진 심판이사)과 경기 주심 사이에 오고 간 대화를 녹음했고 경기 직후 만난 심판들이 승부조작 사실을 털어놓았다.

승부 조작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북야구협회는 사실상 업무가 마미된 상태이고 아마야구계를 이끌고 있는 대한야구협회도 충격에 휩싸여 있다.

경북야구협회(회장 이성우)는 심판장을 비롯한 심판 전원과 임원들에게 일괄 사퇴서를 받아 놓고 진상 규명과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경북야구협회는 우선 지난 6일부터 4일 동안 열린 전국체전 2차 평가전에는 포항지역 사회인야구 생활체육협의회 심판들을 대신 투입했다.

또 생체협 사무국장을 심판장 대행으로 임명했고 13~15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리는 대붕기, 황금사자기, 무등기 등 전국고교야구대회 지역 예선에도 이들 심판들을 투입할 방침이다.

경북야구협회는 그러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책이 없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협회는 문의전화 폭주로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향후 집행부는 사회인야구인 중에서 사심없이 일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할 것"이라며 "13일 대한야구협회가 여는 상벌위원회에 다녀와서 사태 수습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한야구협회도 당혹해하고 있다.

한국야구 도입 100주년을 맞아 최우수고교대회를 개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야구 부흥에 의욕적으로 나섰던 대한야구협회는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지자 아마 야구가 더욱 침체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이번 사태가 몰고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최대한 빨리 진상 조사에 나서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날 경우 중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대한야구협회는 12일까지 경북야구협회장과 심판들에게 경위서 제출을 지시했고 13일 오후 2시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들로부터 직접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명을 들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국 시·도야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지역 예선 대회에서 심판 판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지역 예선에 심판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경기 직전 심판장이 심판들에게 "특정 학교를 잘 봐주라"며 승부 조작을 지시한 내용이 녹음돼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창환기자 lc156@im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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