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산골마을인 영양군 입암면 흥구리에 있는 비인가 사회복지시설 '은혜의 집'. 10명의 중증 장애인들과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석상국(51)'권현순(50)씨 부부가 한가족이 돼 살고 있는 보금자리다.
4년 전부터 하나둘씩 늘어난 이 집 식구들은 이곳에는 길거리에 버려진 9세 어린 꼬마부터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40대 아저씨까지 다양하다.
"말은 못하지만 집안 청소는 물론 동생들의 대'소변을 다 받아주는 최삼덕(40'지체장애1급) '대장', 입으로 글과 그림을 그리고 쓰는 '대변인' 남경원(18'지체장애1급), 음식 앞에서는 항상 용감해지는 응석받이 김규태(14'정신지체장애1급), 울보 막내 김혜지(10'여'뇌병변장애1급)…." 빨래하고 쑥 캐는 것을 좋아한다는 '안내 도우미' 조영희(38'여'정신지체1급)씨의 소개가 이어졌다.
'은혜의 집' 식구들은 다음달 13일 아주 특별한 외출을 하려고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남군이 입으로 그린 그림을 판매한 10여만 원으로 온 가족이 대구에 있는 놀이공원에 나들이하러 가기로 한 것.
이들이 기다리는 날은 또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이발봉사를 위해 류양희(40'여'영양읍 정아미용실 원장)씨가 찾아오는 날이다. 류 원장은 이발뿐 아니라 손수 음식까지 준비해와 이날만큼은 잔치집이다. 일부 음식은 마을에 사는 홀몸노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석씨 부부도 10식구 챙기기에도 바쁜 틈틈이 이웃들을 돕고 있다. 매주 3차례 중풍을 알고 있는 김상철(72'영양군 영양읍) 할아버지 댁을 찾아 청소'빨래'목욕봉사를 해주고 있다. 또 자신의 1t 트럭으로 마을의 응급환자를 병원까지 태워주는가 하면 주민들의 무거운 장바구니를 운반해주는 심부름꾼 역할도 한다.
하지만, 석씨 부부는 요즘 살림살이 걱정에 하루하루가 한숨이다. 다른 시설이 거둬들일 수 없을 정도로 정신과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보살피고 있지만 정식인가를 받지 못한 비인가 사회복지시설이어서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경기 침체로 후원금도 거의 끊기면서 석씨가 고물수집으로 겨우 살림을 꾸려가고 있지만 당장 이들이 살 새 집도 1년 전 기초공사만 해놓고 중지된 상황.
"남들처럼 먹이고 입히지는 못할망정 잠자리라도 제대로 마련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가슴만 미어집니다. 통닭이나 피자가 먹고 싶어도 못난 우리 부부를 만난 탓에 내색 한번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밤새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석씨 부부는 고개를 떨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은혜의 집 자원봉사자 김신웅(66'청송 진보면)씨와 김영철(39'청송 진보면사무소 근무)씨는 "10명 가운데 8명은 부모가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사는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작은 사랑을 나눠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희생해야 이루어지는 일이고 그 희생을 통해 장애인들이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어 우리 부부는 하나님으로부터 충분한 대가를 받고 있습니다."믿음과 사랑이 사랑이 있어 늘 즐겁다는 석씨 부부의 얼굴에 미소가 환하다. 영양 '은혜의 집' 연락처 054)683-1332, 영양군청 사회복지과 054)680-6161.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사진: 석상국 (오른쪽에서 네번째)·권현순씨(오른쪽에서 두번째) 부부와 함께 '은혜의 집'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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