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수사의뢰 대비해 사실상 내사 착수
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 사업 투자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검찰 수사 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감사원이 금주 중 핵심 인물 조사를 마치고 관련자료를 검찰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른바'오일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10일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초 감사원은 이 사건이 불거지자 이달 중 감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자체의혹 해소 의지를 내비쳤지만, 최근 정치 공방으로 비화되면서 검찰을 통한 진실규명 작업이 예상보다 훨씬 일찍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유전 개발 의혹이 불거진 뒤 언론 보도를 예의주시하는 등 사건을 둘러싼 중요 인물들의 역할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밀검토하는 등 사실상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관련자들을 정식 고발할 경우 유전개발 사업에 연루된 인물들을 줄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이다.
검찰은 감사원 고발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어차피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면 사건관련 핵심 인물들의 말 맞추기나 증거인멸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기 전에 하루라도 먼저 사건을 넘겨받아 증거 확보 등에 나서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7일 핵심 인물인 전대월 하이앤드 사장을 부정수표단속법 위반혐의로 수배에 나선 것도 단순히 부정수표사범 수사라기보다 관련자 신병 확보라는 의미가 더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감사원 조사가 미진한 데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핵심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의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 국민적 의혹을 속시원하게 해소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감사원은 '오일 게이트' 관련 인물로 알려진 권광진 쿡에너지 사장과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 등을 불러 조사했을 뿐 다른 핵심 인물로 수배 중인 전대월씨의 행방을 찾지 못해 조사하지 못했다.
특히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석유전문가 허문석씨는 이달 4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뒤 10일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날 오후까지 귀국하지 않아 향후 검찰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본격 나서면 철도공사 관계자들의 '배임' 여부와 유전 개발 사업이 '사기극'일 가능성, 사업비 은행 대출 과정, 그리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치권에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춰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검찰은 한나라당이 유전개발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연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캘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그동안"누군가 내 이름을 팔고 다녔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으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의 운명이 걸린 수사를 해온 중수부가 직접 처리하기에는 사건 자체가 이미 외부에 지나치게 노출돼 진실규명에 한계가 있 는데다 그럴 경우 검찰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에서 나설지 일선 지검에 배당할지는 감사원 조사나 의혹검토가 끝나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 중간에 수사 의뢰가 들어오거나 자료가 넘어오면 수사 착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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