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얼굴'로 회담장 나선 日외상

입력 2005-04-08 11:18:58

'들어갈 땐 미소 가득, 나올 땐 굳은 얼굴.'

7일 정오 정확히 1시간 30분간의 한일 외교장관회담 종료 직후 회담장 문을 가장 먼저 박차고 나온 사람은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이었다.

마치무라 외상의 얼굴은 상당히 굳어 보였으며 회담장 문 바로 앞을 지키고 서있던 한국기자들 사이를 뚫고 '휙' 지나가 버렸다.

회담장에 들어갈 때 미리 와 있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말과 함께 악수를 청하는 얼굴 가득 미소를 품은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언론에 공개된 단 8분 동안의 짧은 시간에도 반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던 마치무라 외상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반 장관은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관례를 깨고 첫 마디부터 '유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마치무라 장관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모두발언도 반 장관이 네 번이나 한 데 반해 마치무라 외상은 "반 장관의 3월 도쿄 방문일정이 실현되지 못해 안타깝다.

나도 한일관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양국 장래를 위해 좋지 않다는 위기감을 반 장관과 공유하고 있다.

사태를 개선해야 하며 이번 회담이 정상적인 한일관계를 만드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단 한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쳐 일본 측의 부담감을 읽게 했다.

일본 측은 "마치무라 외상은 한일회담 때문에 여기에 왔지 ACD(아시아 협력대화)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이번 회담을 두고 상당히 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뒤 나온 마치무라 외상 주변으로 내신은 물론 일본 등 외신기자들이 호텔로비를 따라가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자 일본 당국자로 보이는 관계자가 "You′re not allowed(허가되지 않았다)"라며 한국인 기자들을 제지하기까지 했다.

이어 뒤늦게 나온 반 장관은 이 같은 상황을 전해듣고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한국 기자들을 위한 회담결과 브리핑실로 향했다.

통역을 대동한 이날 회담 중 양측은 거의 대부분인 1시간 10여 분을 독도와 교과서 문제에 할애했고, 나머지를 북핵문제와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등 여타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슬라마바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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