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분쟁 언제든 노크하세요"
염규석(廉圭錫.40)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 조정국장은 일종의 '개척자'다. 협의회는 프랜차이즈가 발달된 미국에도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구. 이런 기구에서 첫 조정국장을 맡았으니 프랜차이즈 분쟁 조정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 동경대 법학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내던 염 국장은 2003년 협의회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했다. 30대 1의 경쟁을 뚫은 것은 '오기' 덕분. 면접에서 심사위원이 일본어로 강의를 해보라는 주문을 받고 심사가 뒤틀린 그는 못하겠다고 버텼다. 업무와 직접적 관련도 없는 일본어 강의를 요구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 심사위원들이 저런 뱃심이라면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겠다고 판단해 합격시켰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협의회가 하는 일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분쟁을 조정하는 일. 공정거래위 산하로 민간자율적 성격을 갖고 있으나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의 정식 사건이 된다.
분쟁은 다양하나 가맹계약 해지 때 가맹금 반환 문제와 영업지역 충돌 분쟁이 많다. 지난 2년간 조정 실적은 461건, 70여억원. 변호사를 찾아 해결해야 할 일을 협의회가 영세사업자를 위해 무료로 조정해준 것.
염 국장은 프랜차이즈 공부에도 열심이다. 2년 4개월간 공부한 그는 "법률 쪽에서 프랜차이즈를 공부하는 사람이 없어 외람되지만 저만큼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속철도 수혜자(?)다. 낯선 서울을 싫어하는 부인이 자녀와 함께 대구에 살아 주말마다 대구에 내려가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이 서울 다음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많아 출장도 잦다. 매일신문과 계명대가 공동 개설한 '프랜차이즈 전문가 과정'에서 특강하러 KTX를 타기도 했다.
"주유소 극장 안경점 자동차타이어점 등 프랜차이즈의 종류가 다양해져 프랜차이즈 아닌 것이 없을 정도"라는 그는 "프랜차이즈는 많아지나 계약 당사자들이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몰라 피해를 보는 경우가 심심찮다"고 안타까워 했다. 영남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그는 동경대 유학 중 만난 박정훈 경희대 법학부 교수를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추천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