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집인 두살배기…"엄마가 미안해"
"크르륵 크르륵"
엄마에게는 태어나 지금껏 병원에서 살고 있는 두살배기 아이가 숨 쉴 때마다 내는 이 소리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다.
가끔 '캑캑'거리며 마른 기침을 내뱉고 숨이 찬 듯 '헥헥'거리다가 힘들게 내미는 고사리 손에 엄마는 입을 맞춘다.
80cm도 안 되는 키에 8.8kg 아이가 유모차에 앉아 있다.
부러질 듯한 야윈 팔다리가 만져졌다.
어렵게 혈관을 찾던 주사자국이 빨간 핏망울만 남기고 여기저기 상처를 냈다.
이젠 그 작은 몸에 혈관을 잡을 데가 없어 링거 주사를 손가락에 꽂아 놓고 나무막대로 고정시켜놨을 정도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다는 데 감사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항문이 없었던 우리 아이는 우유 한번 힘차게 빨지 못하고 먹는 대로 토하는 역류성 식도까지 가졌거든요. 지 엄마 잘못 만나서…."
어머니 김영숙(38·경북 포항 송도동)씨는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품에 한 번 안아주지도 못하고 신생아실로 보낸 아이를 보며 못난 자신 탓을 했다.
그나마 엊그제부터는 안아 줄 수 있다는데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유난히 속눈썹이 긴 채연이(2·여)가 앓고 있는 병은 '식도공탈장'에 '선천성 쇄항(항문 없음)'.
입으로 삼키는 모든 음식물을 도로 뱉어낼 수밖에 없는 고통에 대장으로 직접 투입되는 우유도 옆구리에 빼놓은 장을 통해 변을 받아내야 하는 아픔까지 고스란히 채연이의 몫이다.
1년 전 받은 수술이 불완전했다.
열, 기침, 호흡 곤란이 수반되는 폐렴 증상이 왔고 그 사이사이 진행된 고혈당, 저혈당은 특수식이요법을 해야만 근근이 살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엄마는 '이제 그만 각오해야 될 것 같군요'라는 힘든 얘기를 벌써 몇 번이나 들었던 것이다.
"죽을 고비가 벌써 몇차례 있었지요. 포기하자, 포기 못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남편과 싸우고 혼자 싸우고 때리고 울고…. 그런 시간들이 이젠 오기로 남았어요."
하필 그때 채연이의 담당의사가 다가와 수술 날짜가 7일(목)임을 알려줬다.
그리고 '각오하셔야 됩니다'라고 어머니의 귀에 어렵게 속삭였다.
"의사선생님 저 말씀은 잘 될 거라고 각오하란 말과 다름없지요."
어머니의 희망은 단호했다.
이미 한 차례 수술을 거친 연결부위는 섬유화가 진행돼 이번 수술은 가슴을 열고 진행해야할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채연이 수술 성공을 기도해 주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이라고 목에 힘을 줬다.
2년간의 치료비 때문에 집을 팔았다.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 리스트에 올랐고 친척에게 손을 벌리다 못해 그 집을 팔고 고모네에 얹혀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채연이는 의료보호 1종 혜택을 받고 있지만 페인트공인 아빠가 수입이 잡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 통 일이 없는 아빠는 무슨 일이든 하기 위해 이리저리 마음만 바쁘다고 전했다.
"우리 채연이는 여기서 김박사로 통해요. 한 살 때까지는 책장 넘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색연필에 연습장 하나면 하루종일 잘 놀거든요. 뭘 저리 쓰고 읽고 하는지…."
채연이의 연습장엔 휘갈려 쓴 그림 조각들로 빽빽했다.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답답함을 표현한 것일까, '엄마 힘을 내'라는 말을 꼭 써 주고 싶었던 것일까. 채연이의 수술이 성공으로 끝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저희 '이웃사랑'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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