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사라진다'…40년 '헛' 사방사업

입력 2005-04-04 11:03:15

숲이 죽어가고 있다. 정부가 심혈을 쏟은 사방사업이 사후관리 소홀로 40년 헛 공사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식목일을 앞두고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방사업 성공지로 꼽히는 포항 영일지구 일대를 한국산지보전협회 조현제 박사와 함께 둘러봤다.

□울창한 숲, 그 속은…

포항 영일지구는 한~일 항공노선이 지나는 곳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주도하에 1973년부터 5년간 2천4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광범위한 사방사업이 진행됐다.

특히 토양의 수분 저장력이 떨어지고 부서지기 쉬운 이암지대인 이곳은 단기간에 푸른 숲으로 탈바꿈함으로써 국내 인공복원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포항시 흥해읍 오도리 사방기념공원 조성 예정지. 2000년 대형 산불로 다시 사방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화재가 비켜 간 가장자리 소나무 숲에서는 솔잎 낙엽층이 5cm 가량 두텁게 쌓여 있었다. 10년생 안팎의 어린 소나무들은 채 자라지 못해 말라죽고 있었고, 큰 나무들도 꼭지 이파리들이 불그스름하게 변색해 있었다. 빽빽한 숲에는 낙엽 분해가 되지 않고 수종 다양성이 부족했고 수목의 직경도 크지 않았다.

이곳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흥해읍 학천동 야산 입구. 비교적 토양이 비옥한 이곳에서는 상수리나무나 졸참나무 사이로 수명이 다해 쓰러진 아까시나무, 오리나무들이 군데군데 나타났다. 조성 중인 삼림욕장을 지나 숲 속으로 더 들어가자 이암 특유의 붕괴현상이 드러났다. 고사한 오리나무가 뿌리를 드러낸 가파른 산비탈에서는 흙들이 응집력을 잃고 흘러내렸다.

인근 금장리 아까시나무 조림지도 생태적 수명이 다해 자연고사하는 개체가 늘고 있었다. 이곳은 산불로 파괴된 후 곰솔 묘목을 재조림했으나 싸리류, 덩굴, 화본과 초류 등이 번성해 조림목들이 생육에 지장을 받고 있었다.

조현제 박사는 "30, 40여 년이 지난 현재 사방 숲의 상당 면적이 겉으로만 울창할 뿐 내부는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본래의 재해방지 기능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된 산림의 경제적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목재자급률은 지난 99년 6.5%에서 2002년 5.5%로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숲다운 숲'가꾸기

경북도 김선길 산림과장은 "산지비율이 전 국토의 65%에 달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산을 경영한다는 개념은 부족했다"며 "앞으로의 과제는 울창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숲 가꾸기"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올해 268억 원을 투입, 2만700ha의 숲을 가꿀 계획이며 산림청도 오는 2008년까지 산림 100만ha를 대상으로 '숲 가꾸기 5개년 계획'을 추진중이다.

산림청 숲 가꾸기 임상섭 팀장은 "그 동안 정부예산의 산림 투자가 미흡했고, 산림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미약했다"며 "지속적인 숲 가꾸기를 위한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관련 법·제도의 정비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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