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土는 동호회의 날"

입력 2005-04-02 08:46:56

주5일제에 달라지는 주말 풍속도

주5일 근무제 확산 이후 직장인들 사이에 '끼리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부부나 가족끼리 주말을 보내기에는 놀거리가 제한적이고 경제적 부담도 적잖다 보니 직장 동료나 이웃끼리 함께 즐기는 각종 동호회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구 북구청 홍순익(46)씨는 세무과 직원 10여 명과 함께 3월 초부터 매달 한두 번씩 경북 청송군 한 상황버섯 농장을 찾아가 일손을 도우며, 농촌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졌다.

홍씨는 "주말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농촌 일손도 돕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만들게 됐다"며 "도시를 벗어나 동료 및 가족과 함께 시골에서 농촌 일을 돕다 보면 동료애도 쌓이고, 아이들에게는 자연학습 효과도 거둘 수 있어 꼬박꼬박 찾는다"고 했다.

홍씨는 올해 농장 인근에 주말농장을 만들어 회원들과 함께 채소를 기르며 농사 경험도 쌓을 계획이다.

회사원 조모(37·여·달서구 상인동)씨는 남편과 자녀가 토요일에 쉬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혼자서 주말 오전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중 만난 것이 '아줌마 영화보기 모임'. 이름만 거창할 뿐 실제로는 동네 아줌마들끼리 토요일 오전에 조조할인 영화를 보러가는 것이다.

조씨는 "예전엔 밀린 빨래며 집안 청소하느라 주말 오전을 다 보냈다"며 "일이 조금 밀리더라도 한 달에 한두 번 동네 친구들과 영화를 보는 게 생활의 낙이 됐다"고 했다.

직장인 박명서(47·대구 북구 국우동)씨는 주5일제가 시작되면서 직장 동료 10여 명과 탁구 동호회를 만들어 한 달에 두세 차례 정기모임을 갖는다.

박씨는 "서툰 실력이지만 토요일 오후 2, 3시간 탁구를 치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취미생활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등산, 축구 등 정기적인 소모임들을 만들어 여가생활을 즐기며, 건강도 챙기는 실속파 건강족들도 늘었다.

금요일 밤을 이용해 앞산을 종주하는 야간 산행족도 눈에 띄게 늘었다.

유통회사에 다니는 김석용(31)씨는 "젊은 직원들 경우 주말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하기도 하지만 밤낚시나 등산, 인라인 같은 사내 동호회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주5일 근무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3년 새 대구지역 생활체육 동호인 수가 50%가량 늘었다.

2일 현재 대구시 생활체육협의회에 등록된 동호회는 모두 44개 종목에 3천344개 클럽. 회원 12만1천여 명이 모여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2년과 비교해 4개 종목, 382개 클럽이 늘었으며 회원 수도 3만4천 명이 증가했다.

지난해 등록된 인라인 동호회 경우 53개 클럽에 2만3천492명이 활동해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

동호회 경우 축구, 볼링, 수영, 테니스 등 전통적인 종목뿐 아니라 최근에는 트라이애슬론, 풋살,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종목으로 넓혀가고 있다.

생체협 한 관계자는 "미등록 동호회까지 포함하면 생활체육 동호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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