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는 없다'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대구기능대학에서는 남의 일이다.
졸업생 몇 배의 구인요청이 들어오기 때문. 이번 입시에서도 서너 명 중에 한 명꼴로 골라 뽑았다.
이 학교 관계자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만 가르치니 기업들의 러브콜이 넘친다고 했다.
◆직장? 골라잡아요
대구기능대학에는 올 들어 1천여 개의 구인의뢰가 쏟아졌다.
올해 졸업생 346명에 대한 구인배율(구인요청인원을 졸업생 숫자로 나눈 값)은 370%. 졸업생 숫자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일자리가 들어온 것이다.
산업경기가 최악이었기 때문에 올해 구인배율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해에는 751%까지 기록했다.
때문에 졸업생들은 직장을 골라 잡는다.
'졸업생 전원 취업'의 신화를 매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구인의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대기업 러브콜도 늘고 있다.
올해 졸업생들은 삼성전자, 포스코, LG필립스LCD, 삼성코닝 등 대기업에도 들어갔다.
대기업행이 늘어나면서 3천만 원에 육박하는 초봉자도 잇따라 나왔다.
"졸업만 하면 취업이 보장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신입생 정시모집 평균 경쟁률은 3.4대 1이었다.
금형과(4.5대 1), 전자과(4.3대 1), 기계과(4.2대 1) 등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신입생 모집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다른 대학들과는 딴판이다.
산업체 위탁생 등 정원 외 신입생까지 뽑았지만 이 역시 꽉 찼다.
◆U턴족의 보금자리
이 대학 신입생 ㄱ(27)씨는 4년제 대학을 마치고 직장까지 다니다 이 곳으로 왔다.
인문사회계열 졸업 후 전공을 살려 관련 회사에 취업했지만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결국 시대가 바뀌어도 수요가 끊이지 않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판단에서 기능대학으로 돌아섰다.
올해 입학한 ㅇ(26)씨 역시 학사학위 소지자다.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했는데 자신의 전공분야에선 일자리 수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올해 대구기능대학 신입생 가운데 4년제 대학 졸업자만 20여 명에 이른다.
전문대학 출신자까지 포함하면 60여 명이 U턴족이다.
이들은 '많은 고민' 끝에 U턴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주변에서 "4년제 대학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또 무슨 대학입학이냐"고 물어오지만 이들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창우 대구기능대학장은 "고용없는 성장이 가속화하는 시대 조류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익혀야 하며 이런 바탕 위에서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필요한 것만 가르친다
대구기능대학은 역내 1천500여 개 기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 산업현장과 끊임없이 교류한다.
덕분에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꿰뚫고 있다.
이런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만 가르친다.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이다보니 현장실무를 아는 이 대학 출신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노동부가 지원하는 국책대학이어서 실험실습 등에 필요한 장비 도입도 원활하다.
오축가공기 등 일부 장비는 대구에서 유일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이 학교 학생들의 고급기술 습득속도가 한 발 빠르다.
이 학교 박무수 교수는 "고교 4학년이란 표현이 맞을 정도로 재학기간 중 많은 학습량을 요구한다"며 "올해부터는 졸업생들을 주기적으로 학교로 초청해 기술교육을 하는 사후관리제도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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