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할머니 따라해보세요. 간장 공장 공장장." "뭐시여? 간장이 공장에서 우째?"
30일 오후 2시 대구 서구 상리2동 경로당. 이순덕(74) 할머니가 한 간호대학 실습생에게 치매검사를 받고 있다
"할머니 주민등록증 주우면 어떻게 해야 돼요?" "나가(내가) 그걸 우째 쓸까나? 가만 놔두제. 나는 모른다.
모른다카이."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던 할머니는 30점 만점의 치매검사 결과 10점을 받았다.
할머니는 31일 서구청 정신보건센터에서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당뇨에 심장병까지 있어 평소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할머니는 빈혈증세도 보였다.
검사를 하던 영양사는 "철분이 많이 있는 깻잎을 조리해서 드세요"라며 친절하게 할머니만의 영양 식단을 설명했다.
서구보건소를 비롯해 대구지역 보건소들이 지역내 경로당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의 '건강 노후'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서구의 경우 처음으로 지역내 78개 경로당을 올해 말까지 매일 2, 3개씩 방문, 어르신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일대일 상담과 운동 처방을 내리는 것. 구청은 내실 있는 검사를 위해 운동처방사, 간호사, 영양사를 각 1명씩 별도 채용했다.
이렇게 경로당에 모인 15명의 할머니들은 약 두 시간에 걸쳐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지방, 뇨검사, 혈색소, 치매 등 9개 항목 검사를 받았다.
서로 혈압 수치가 높다고 걱정하다가도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하는 모습이 꼭 천진한 아이 같았다.
보건소 신현주(27·여) 간호사는 "어르신들이 보통 '나는 누구보다 건강하다'는 막연한 자만에 빠져 있거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아주 부족한 편"이라며 "경로당에서 꾸부정한 상태로 화투를 치며 밥을 거르고 해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건소 김재훈(28) 운동처방사가 운동 처방에 나섰다.
'산토끼' '송아지' 등의 동요를 부르며 손바닥 마사지를 하고 손가락 체조, 발바닥 마사지 등 어르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체조를 하나하나 가르쳤다.
할머니들은 자기 맘대로 안되는 손가락을 탓하고 웃고 즐기며 즐거운 운동처방을 쉽게 받아들이는 눈치다.
최보현(32·여) 영양사도 즐거운 마음으로 세끼 챙겨먹기와 싱겁게 먹기, 물 많이 마시기 등을 강조했다.
"화투 치면서 평소에 건빵을 많이 먹어 속이 더부룩했는데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었다는구먼. 만날 이렇게 나와서 운동시켜주고 피뽑아주면 좋겠는데 다음달에 또 온다니 운동이나 열심히 해야지. 우리 노인네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가장 신나게 체조를 했던 김무연(78) 할머니는 매일 30분씩 체조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서구청 김춘연(48·여) 건강증진센터운영 담당은 "돈도 들고 귀찮다는 이유로 많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건강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르신 개개인의 건강체크카드를 만들어 매달 한번씩 경로당을 직접 방문,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인성 질환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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