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최고의 한국영화 기대작인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 주연 최민식·류승범, 134분, 15세 관람가)와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 주연 이병헌, 120분, 18세 관람가)이 만우절인 내달 1일 극장가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 두 영화는 류승완, 김지운 등 스타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다 주·조연 할 것 없이 배우들의 파워나 장르, 드라마 등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매력적이어서 충무로에서는 이를 '만우절 대격돌'이라 부르고 있다.
비슷한 사이즈와 내공의 영화가 같은 날 개봉날짜를 잡은 것은 아무래도 관계자들의 속을 바싹 태우는 일일 터. 그것도 4월이라는 극장가 비수기에 경쟁하는 것이라 없는 살림을 쪼개는 형국이다.
피할 수 없는 정면 승부를 택한 두 영화에 대해 관객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줄거리
★주먹이 운다…사업 실패로 부인과 이혼하고 거리의 복서로 주저앉은 왕년 복싱 스타 태식(최민식)과 강도짓을 하다 우연하게 사람을 죽이고 소년원에 들어온 상환(류승범). 인생의 막장에 몰린 40대 가장과 소년원 복서가 사각의 링을 새로운 희망을 거는 마지막 탈출구로 삼는다.
마침내 결승전에서 맞닥트린 두 사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두 인생 패배자들 중 최후의 승자는?
★달콤한 인생…정확한 판단력, 냉정한 일 처리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호텔 매니저 선우(이병헌). 그는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조직세계의 절대 권력을 가진 보스 강사장(김영철)의 오른팔이다.
강사장을 약하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는 젊은 애인 희수(신민아).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의혹을 가진 강사장은 선우에게 그녀를 감시하고, 사실이면 처리하라고 명령한다.
미행 3일째, 희수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현장을 급습한 선우. 그는 알 수 없는 망설임에 그들을 놓아주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는데.
◇진한 감동이냐, 화려한 스타일이냐?
'주먹이 운다'가 밑바닥 인생을 사는 두 인물들의 처참하고 질펀한 정서를 대비시키며 진한 감동을 우려낸다면, '달콤한 인생'이 내뿜는 스타일은 눈부시게 화려하다.
최민식과 류승범을 두 축으로 인생의 막장에서 피할 수 없는 게임을 벌이는 두 사내의 얘기를 담은 '주먹이 운다'는 일단 영화 전편에 감동적으로 배치한 류승완 감독의 스토리텔링에 눈길이 간다.
또 두 배우의 가슴을 울리는 호연은 관객들에게 진심을 느끼게 해준다.
다만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 전작에서 보여줬던 류 감독 특유의 기발함을 이 영화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이병헌이 등장하는 '달콤한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검은색 수트 차림의 그를 근사하게 그린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그의 반듯함을 영화는 시종일관 고수한다.
또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전체적인 미쟝센과 한 장면 한 장면의 색감을 중시한 듯 '럭셔리'한 느낌이 좌르르 흐른다.
'장화, 홍련' 등 김지운 감독이 전작에서도 선보였듯 색에 대한 뛰어난 감각은 이 영화에서도 탁월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선혈 낭자한 느와르 영화임에도 고급스런 컨셉을 통해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을 원하는 젊은층의 구미를 당길 듯하다.
◇리얼함으로 승부한다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찍은 최민식과 류승범이 펼치는 마지막 15분간 신인왕전 결승전 장면은 '실화'이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두 배우가 주먹을 날리는 장면은 절로 꽉 찬 감동이 느껴진다.
눈가가 찢어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들의 가감 없는 연기가 이 영화가 '말아톤'을 잇는 감동 영화로 관객에게 손꼽히게 된 이유가 아닐까.
이병헌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펼쳤다.
서울 도심의 자동차 추격신과 한남대교 위에서의 액션신은 그의 카리스마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 느와르 장르인 만큼 할리우드에 못지 않는 총격신이 관객을 압도한다.
◇최고들이 모였다
최민식, 류승범, 이병헌이라는 톱스타를 제쳐 두고도 이들 영화의 크레딧은 화려하다.
조연 배우들의 면면만 봐도 영화 한 편을 만들고도 남을 정도. '주먹이 운다'의 기주봉, 임원희, 변희봉, 나문희, 천호진, 오달수, 서혜진 등 막강한 조연진과 '달콤한 인생'의 김영철, 신민아, 김뢰하, 오달수, 황정민, 문정혁 등 개성강한 배우들의 이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건달 전문 배우'로 이름난 오달수(37)가 두 편 모두 출연한다는 점. '주먹이 운다'에서는 최민식의 복싱 후배였다가 동네 깡패로 나선 용대 역을, '달콤한 인생'에서 그는 총기 밀매업자의 하수인 명구 역을 맡았다.
2003년 '올드보이'에서 사설 감금방 주인 철웅으로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마파도'에 이어 이들 두 편의 영화에도 동시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등 2005년은 오달수에게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듯.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무게 있는 조연으로 기용됐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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