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지으면서 불편한 거야 농부가 제일 잘 알지요. 편리한 농업, 친환경 농사를 생각하다보면 잠잘 시간도 없어요."
농림수산부와 환경부가 공동 제정, 올해 첫 시상식을 가진 친환경농업대상에서 우수기술상을 받은 경북 성주군 선남면의 농부 김윤수(64)씨. 노령에 접어들었지만 농부 김씨는 하루 스무시간 이상씩 우리 땅, 우리 농업을 살려낼 궁리를 하고 있다.
◆ 하우스 농사에 필수품 딸딸이 생산
농사를 짓던 김씨는 이제 기계를 만지는 농부 발명가로 변신했다. 그가 가진 생산해낸 농기계는 외발 리어카(일명 딸딸이), 제주밀감선별기, 비닐하우스 덮개 자동개폐기 등 수없이 많다.
"하우스 농사를 짓다보니, 수확물을 실어나를 작은 도구가 필요하더라구요. 처음 딸딸이를 만들었을 때는 모두 외면하는 바람에 그냥 나눠줬어요." 딸딸이는 입소문을 타고, 삽시간에 전국에 퍼졌다. 이제 외발 리어카가 없는 농가는 없다. 외발 리어카는 그가 개발해낸 첫 작품에 불과하다.
◆비닐하우스 자동 개폐기는 인기 절정
"농사를 짓다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죠. 이론가들은 절대 알 수 없는게 농사죠. 성주에는 특작을 많이 하는데, 특히 여성농민의 고생이 심해요. 그들이 좀더 편하게 일 할 수 있는 거리를 찾다가 비닐하우스 덮개 자동개폐기도 만들었지요."
농부 2명이 막대 등으로 아침에 더 많은 햇빛을 받고 통풍을 좋게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덮개를 열어주고, 저녁에 보온을 위해 도로 덮어주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비닐하우스 1동(100m 가량)당 10분. 10동이면 1시간40분 걸린다. 그러나 김씨가 개발한 자동개폐기를 쓰면 10동을 개폐하는데 한사람이 7분이면 OK다. 시간과 인건비는 1/20로 줄었고, 농작물은 태양열을 더 오래 받아서 달고 질병에 잘 걸리지 않아 품질이 좋아진다.
◆일본의 다나카, 한국의 김윤수
그래서 특작을 하는 전국의 모든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 덮개 자동개폐기를 원한다. 하지만 1동 설치비는 90만원. 이가운데 50%(45만원)는 정부에서 보조해주지만 신청자는 많고, 예산은 한정돼있어 올해 성주군의 경우 자동개폐기를 신청한 1천700동 가운데 450동만 보조를 받게 된다. 나머지는 몇 년씩 더 기다려야한다. 전국적으로 엄청난 대기농가가 기다리는 셈이다.
"생산시설을 늘리면 되지만, 정부 예산상 그렇게 하지 못하나봐요." 김씨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노벨상을 탄 일본의 다나카를 닮았다. 아니 노벨상 수상보다 더 큰 꿈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편한 것 포기않는 끈질긴 근성
다나카가 평범한 공장에서 일하면서 불편하고 이상한 점의 개선책을 찾다가 노벨화학상을 받았듯이 김씨도 농사현장의 어려움을 모른척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직접 뛰어들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의 '농부 근성'을 발휘한다.
지금 김씨는 다른 것을 만들고 있다. 하우스 농사를 지을 때 바닥에 까는 멀칭비닐을 대체할 순천연, 썩는 피복재를 만들고 있다.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로 번 돈을 몽땅 털어넣어 시험하고 있는 이 멀칭 비닐 대체품은 거의 성공했다. 시제품은 성공했지만 대량생산 문제가 남아있다.
"멀칭 비닐은 농사짓기전에 하우스 바닥에 깔았다가 농사가 끝나면 일일이 벗겨주어야합니다. 썩지 않기 때문이죠. 썩는 비닐이 있다지만 썩는데 5년, 10년씩 걸려서는 아무 쓸모가 없죠. 참외농사는 주기가 서너달이거든요."
◆내구성, 친환경성, 부식성 3박자 갖춰야
한국자원재생공사에 따르면 한해 발생되는 폐비닐 추정량은 26만톤. 이 가운데 50%만 수거된다. 나머지는 농촌외관을 어지럽히거나 땅을 오염시킨다.
"참외 딸기 토마토 오이 고추 등을 따고 나면 멀칭 비닐을 벗겨내야해요. 멀칭 비닐 대신 자동으로 썩는 피복재가 있다면 그야말로 환상이죠."김씨가 멀칭 비닐을 대신할 피복재 연구에 들어간 것은 8년 전. 비닐하우스용 바닥 피복재는 농사를 충분히 짓고 남을 만큼 내구성, 농토를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성, 한해 농사가 끝나면 대번 썩는 부식성 세가지를 갖춰야한다.
◆8년 작업으로 특허 시제품 생산
이 이질적인 삼박자를 다 갖춘 천연 피복재는 지난해 특허(04429784)를 받을 만큼 성공적이었다. 게다가 지난 25일에는 기계에서 생산한 시제품이 나왔다. 재료는 다시마 아교 목화솜 등이었다. 이 천연피복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박을 터뜨렸던 하우스 자동개폐기, 제주밀감 선별기, 외발 리어카에서 번돈이 몽땅 들어갔다. 그래도 모자랐다.
"천연 하우스용 피복재 특허를 따놓고도 자금이 모자라 생산시설을 못만들다가 얼마전에 완공했습니다."김씨는 미국과 일본에 국제특허를 출원하려다 그만 두었다. 그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업국으로 이미지 높일 수 있어
"천연재료를 활용, 쓸수록 땅심을 돋우고, 갈아엎으면 흙과 섞여 썩기 때문에 활용하기 쉽고, 두께를 조절하여 내구기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김씨는 이 시제품을 올 7월 울진에서 열릴 친환경농업엑스포에 출품한다. "산과 들 그리고 농토가 깨끗하고 아름다워야 우리 삶도 아름답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농부발명가 김씨를 동향인 계명대 이성환교수가 특허 출원 등에 돕고 나섰고, 같은 대학 배상근 교수가 이 제품을 과학화하기 위한 실험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이 황폐해져서는 안되죠. 자연을 잘 가꾸면서 농사를 짓도록 도와주는 방법, 우리가 찾아내야죠. "
김씨가 만든 하우스용 피복재는 멀칭비닐보다 단가가 약간 비싼 반면, 일손을 크게 줄이는 친환경제품이어서 세계 시장으로의 수출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jgchung@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