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대 금융시대 온다…안전·수익성 동시 추구
월 수입이 300만 원 가량인 봉급생활자 김모(37)씨. 매달 200만 원 이상의 생활비가 나가고 아파트 대출금을 갚다 보면 저축할 여력이 별로 없다.
종신보험, 정기예금에 매월 일정액을 불입하고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좋다는 적립식 펀드에 10만 원씩 넣는 정도가 전부다.
김씨보다 월 수입이 나은 봉급생활자 이모(45)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자녀 교육비에 수입의 40% 가까이 지출하다보니 역시 저축할 여력이 별로 없다.
최근 아내에게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자녀 교육비를 좀 줄이자고 말해봤지만 자녀 교육에 열성인 아내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중요성이 더해가는 금융 자산의 가치를 이해는 하고 있지만 현실에 발이 묶여 어쩌지 못하고 있다.
분산해 투자할 정도로 자산이 충분하지 않으니 포트폴리오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대구경북지역에서 그들보다 수입이 적은 봉급생활자도 많으며 자영업자라 하더라도 봉급생활자 정도의 수입밖에 올리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자산 분산 투자는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자산 중요성, 갈수록 더해진다=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자산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7대3 정도로 알려져 있다.
주식 직·간접 투자가 일반화된 미국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이 거꾸로 3대7이다.
대부분의 서민들이 은행 대출금으로 아파트를 장만하고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빚갚는데 주력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5억~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부자들은 어떠한가. 그들 상당수도 부동산 비중이 70% 정도로 높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외에 추가로 아파트를 갖고 있거나 상가, 건물, 토지 등을 소유해 부동산 평가액이 30억~40억 원 이상인 경우가 많다.
살아온 경험상 부동산에 집착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금융자산도 모험적인 투자보다는 금리가 조금 높은 안정성 위주의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모은 재산을 지키는 데에 주력하며 그 보루는 부동산이라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말이다.
금융자산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은행 예금과 현금 비중이 50%를 넘는 반면 주식은 4~7%, 나머지 30% 이상이 채권, 보험, 연금 등으로 구성돼 있고 미국은 예금과 현금 비중이 12%, 주식은 32%, 55% 정도가 보험, 연금, 채권 등이다.
그러나 저금리,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국내 부동산의 가치는 예전보다 떨어질 것이며 금융자산, 특히 주식 등 은행 예·적금 이외의 상품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전망이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부동산 매물은 늘어나고 수요가 줄어들게 돼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게 되며 저금리로 인해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을 찾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대구은행에서 강연을 가진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자신의 금융 자산을 은행 일반상품에 10%, 주식형 상품에 50%, 채권형 상품에 40%의 비중으로 투자한다"며 "금융자산은 생계용을 위한 저축 주머니, 고수익을 노리는 트레이딩 주머니,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형성 주머니로 나눠 꾸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 분산 투자의 다양한 방식=표준적인 자산 분산 투자 공식으로 3·3·3을 들 수 있다.
예·적금에 30%, 주식에 30%, 부동산에 30%를 투자하라는 것이다.
자산 분산 투자는 투자 대상에 대한 위험도가 집중되는 것을 막고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을 대상으로 위험 선호형, 중립형, 안정지향형으로도 구분된다.
위험 선호형은 손실 위험이 적지 않은 주식에 50% 이상, 안정성이 있는 채권과 예·적금 등에 50% 이하를 투자하는 형태이며 중립형은 채권에 50~60%, 주식에 20~30%, 예·적금에 20~30%를 분산 투자하는 형태이다.
안정 지향형은 국공채 등 채권과 예·적금에 90%, 주식에 10% 정도를 투자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20, 30대의 젊은 나이일수록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고 50대 이상 연령층에겐 안정형 투자가 흔히 권유된다.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투자 대상 비중을 선택할 수도 있다.
100을 기준으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만큼 주식에 투자하라는 공식도 있는데 투자자의 나이가 40살이라면 투자금의 60%를 주식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4-2-4 공식도 있다.
과거의 빚에 40%, 현재에 20%, 미래의 노후에 40%를 투자하라는 것이다.
◇삶 속에서 돈을 균형적으로 제어하기=돈이 많든, 적든 자산 분산 투자는 돈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삶을 균형감있게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타지 못해 은행 저축에 지나치게 매달리든지, 생활비나 자녀 교육비를 많이 써 투자 여력이 적다든지 해 돈 때문에 불안이 잠재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산 분산 투자의 여러 방식들은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1천만 원의 여유자금을 4%의 이자가 붙는 은행 예금으로만 운용한다면 1년후 1천40만 원이 되지만 주식,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하면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기간이 길어질수록 운용자금의 규모와 수익 격차는 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대구은행 VIP룸의 성태문 CFP(국제공인 재무설계사)는 "자산 분산 투자를 많이 얘기들 하지만 자신에게 제대로 적용시키는 이들이 많지 않다"며 "금융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잘 읽어야 같은 돈에서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