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구인난 해소-누이 좋고 매부 좋고
'기업 있는 곳에 학과 있다.
'
대학은 취업난, 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때문에 대학과 기업 간 공생을 위한 산학 협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때로는 기업체의 적극적인 요구로, 아니면 대학 측의 제의로, 또 쌍방의 필요에 의해 기업과 대학 간 '짝짓기'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
대학은 학생들의 취업문을 뚫기 위한 수단으로 인맥과 연줄을 총동원, 기업과 계약학과를 설치해 주문식 교육을 해주고 기업들은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고급인력을 즉시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계약학과 업종도 과거 대기업체나 제조업 위주의 산학협력을 넘어 패밀리 레스토랑, 중소 규모의 호텔, 관광회사, 각종 조합 등 서비스·유통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문식 교육 어떻게 하나
"이렇게 무릎을 꿇으면 되나요?"
25일 영남이공대 관광계열 '아웃백스테이크대학' 수업현장. 아웃백스테이크 대구 황금점 직원 유은영(23)씨가 학생들에게 고객접대 자세인 'Puppy Dog(강아지가 무릎을 꿇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자세)'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취업할 곳의 선배직원 강의에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지시에 따라 동작을 반복했다.
수강생 이미지(20)씨는 "자주 가보는 매장의 매니저와 언니들이 교육해 생동감이 넘치고 졸업 후 100% 취업이 보장되는 과정이어서 더 열심히 배운다"고 했다.
기업체들은 효과적인 주문식 교육을 위해 교과과정 편성 때부터 학교 측과 협의, 수업 전 과정을 기업체에서 필요한 과정으로 짜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들어가는 실습기자재나 장비까지 지원해준다.
롯데관광의 경우 영남이공대에 30억 원 상당의 여행관련 소프트웨어를 기증하기도 했다.
또 취업보장은 물론 장학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대학의 산학협력 총력전
생존경쟁 시대를 맞고 있는 각 대학들은 산학협력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취업률로 학교의 경쟁력이 평가되는 사회분위기에서 4년제 대학이나 2, 3년제 전문대 할 것 없이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제도에 학교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 측은 계약학과를 따내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고 기업체에 먼저 다가가 계약학과 설치를 제의한다.
영진전문대의 경우 삼성전자 출신의 연규현 교수(산학협력단장)를 영입, 산학협력에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영화사 시선엔터테인먼트와 협약을 체결한 대구보건대의 경우 이 학교 관계자와 영화사의 고위간부의 친분으로 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양측은 영화제작에 뷰티과 , 헬스매니지먼트과, 간호과 학생들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기업 측에서 먼저 제의, 계약학과를 만든 경우도 많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우 영진전문대 전자정보계열에 반도체과를 설치, 매년 40명을 취업시킨다.
반도체과는 전 교과과정을 하이닉스의 요구에 따라 편성하고 대신, 40억 원이 넘는 설비를 제공받았다.
또 한국금형협동조합은 금형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영남이공대 기계계열 20명에 대해 주문식 교육을 하고 있고 대구경북벤처협회도 이 학교 기계과에 등록금 전액을 제공하며 25명을 주문교육하고 있다.
기업과 학교 양측의 필요로 짝짓기가 된 경우도 적잖다.
몬테소리 교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 아동학과와 (주)한국몬테소리는 23일 산학협정을 맺고 공동으로 몬테소리 교사양성, 각종 교재 프로그램을 개발키로 했다.
자동차부품회사인 에스엘과 경북대, 영남대 등과의 산학협동도 양측의 필요에 의해 성사됐다.
연규현 영진전문대 산학협력단장은 "장기적으로 주문식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의 인맥도 중요하지만 교육편제와 학생 수학능력 등 학교 측의 투자와 노력이 선결요건이다"고 분석했다.
◇주문식 교육의 과제
계약학과식의 주문식 교육은 1996년 영진전문대가 처음 '계열별 모집·전공코스제 운영'을 시범 실시해, 성과가 좋자 교육부가 전국 대학에 권장하기 시작했다.
주문식 교육은 종래의 교육 방식과 시스템 하에서는 어렵다.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계열 및 전공코스가 개발되어야 하기 때문. 계열 및 전공코스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 현황, 산업체의 기술특성 및 기술동향, 산업체의 향후 산업환경 변화 추이, 인력 수급 전망 등이 고려돼야 한다.
영남이공대 신현준 교수는 "대기업보다는 쌍방형 주문식 교육에 효과가 크고 구인난에 있는 중소기업과의 주문식 교육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