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행복의 열쇠

입력 2005-03-28 08:53:17

10년 전쯤 오스트리아에 체류할 때 일이다.

크리스마스 때 친구와 차로 16시간을 달려 루마니아에 있는 그의 고향집을 찾았다.

머나먼 오스트리아로 돈 벌러간 아들이 일 년 만에 돌아오니 모두들 달려나와 얼싸안고 온 집안이 눈물바다가 됐다.

지난 시절의 우리를 떠올리게 하는 가슴 찡한 분위기에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나 역시 한가족처럼 느껴졌던 행복한 순간이었다.

크리스마스라지만 그 흔한 트리 하나 없었고, 비포장 도로는 진흙으로 엉망이라 승합차가 지나가자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태워달라고 난리였다.

전화조차 없어 어쩌다 받아보는 편지로 위안을 삼을 만큼 가난했지만 서로 위해주고 정을 나누며 사는 그들이 내 눈엔 물질적으로 풍부한 서구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국의 거액의 복권당첨자들 대부분이 인생의 파탄을 맞고 비극적인 삶을 사는 걸 볼 때 물질과 행복감은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물질보다 정신적 빈곤에 있는 것 같다.

토할 만큼 많이 먹고, 어떻게 하면 살을 뺄까 고민하면서도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국의 사상가 허버트 스펜서(1820~1903)는 그의 예술론에서 "하등동물은 생활력의 전부를 생명의 보존과 지속을 위해 소모하지만 인간은 달라야 한다"고 했다.

남의 아픔에 무감각한 비인간적이고 메마른 정서는 천의 얼굴로 무한한 기쁨을 선사하는 모차르트의 음악이나, 애잔한 슬픔을 자아내게 만드는 감동적인 발레를 통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울하다고, 고독하다고 호소하는 현대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물질보다는 베토벤의 감성적인 음악일 것이다.

예술은 삶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모든 이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고, 닫힌 마음을 열게 하여 행복으로 이끄는 열쇠이다.

지휘자 노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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