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미술 전시, 이어진다

입력 2005-03-26 10:44:25

'색채의 미술사 샤갈전'에 이어 '서양미술 400년-푸생에서 마티스까지' 등 평소 볼 수 없었던 대형 미술전시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4월에는 '대영박물관 한국전'이 예정돼 있고 연말에는 '피카소(Picasso)' 등 대규모 자본을 동원한 이른바 '블록버스터 미술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전시회 커지면서 입장료도 '껑충'

현재 열리고 있는 대형전시회는 '서양미술 400년'전. 지난 해 12월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에는 이미 30만 명 안팎의 입장객이 다녀갔다고 주관사인 GNC미디어측이 밝혔다.

학생 등 단체관람객들을 겨냥, 방학을 끼고 열리는 이같은 대형전시회는 외국의 유명박물관과 미술재단에 거액의 대여료와 보험료 등을 지불하고 100일 이상의 장기전시를 하고 있어 '블록버스터 전시'라고도 불린다. 블록버스터(Blockbuster)란 용어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하여 막대한 돈을 들여서 만든 대작을 이른다. 주로 대작 영화를 지칭했지만 대형 미술전시회도 방학을 끼고 열리는데다 대규모 자본이 든다는 점에서 블록버스터 전시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투자금액이 적지않자 주최측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1만 원 안팎의 관람료를 받는다. 4월에 열리는 '대영박물관 한국전'은 1만5천 원으로 관람료가 뛰었다. 이 전시회의 7월 부산전은 지방인 점을 감안, 1만2천원으로 책정됐다고 한다.

◇지금껏 최대관객 모집은 '샤갈전'

이처럼 미술품전시에 거액이 투자되고 관람객이 몰리는 것은 미술 전시가 상업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순수미술 전시사상 최대관람객 기록을 세운 것은 지난 해 7월 15일부터 10월 22일(서울시립미술관), 11월 13일~2005년 1월 23일(부산시립미술관) 사이에 열린 '샤갈전'이다. 서울 50만, 부산 16만 등 총 66만 명의 관람객이 입장(유·무료 합산)해 입장수입만 35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양미술 400년전'도 현재까지 30만 정도의 관람객이 입장, 20억 원 안팎의 입장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샤갈전은 국내에서는 단일작가 전시회 사상 가장 많은 120여 점이 전시된데다 그의 전 생애를 보여준 대형 회고전이라는 점 때문에 관람객이 몰렸다. 가장 비싼 작품은 러시아 트레티아코프 소장의 '도시위에서'(1914-1918)로 샤갈작품 중 최고가인 9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작품 전체가격은 보험가 기준으로 1억 달러(한화 약 1천억 원)에 이르렀다. 그런 만큼 대여료와 운송비, 보험료 등의 비용으로 총 입장수익의 상당부분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전시회 준비시간만 "2년"

이같은 대형 미술전시가 본격화한 것은 2000년 열린 '오르세박물관 한국전(Musee d'Orsay a Seoul)-인상파와 근대미술' 이후부터다. 밀레와 반 고흐, 마네, 모네, 르누아르, 로트렉, 드가, 고갱, 세잔느, 쿠르베 등 일반대중도 잘 알고있는 19세기 인상파 유명작가의 작품과 오르세 박물관의 대표유화 등을 선보인 이 전시회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는 32만9천 명이 입장, 당시까지는 최고 입장기록을 수립했다. 입장수익으로만 24억 원을 벌어들였다. 그 때까지 국내에서 이와 같은 규모의 대형 전시회가 한번도 성사된 적이 없어 주최측인 GNC미디어측은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전쟁을 치른 분단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해 전쟁위험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키는데 가장 힘이 들었고 대여료로 고가를 지불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고가의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장 조건을 완벽하게 맞춰야 했다.

이처럼 대형 미술전시회 성사가 상업적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이같은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획단계에서 전시회가 이뤄지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선정하고 작품의 소재를 파악, 여러 박물관과 미술재단 등과 대여교섭을 해야 하는 등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GNC미디어의 홍성일 대표는 "그런 점에서 오르세박물관 한국전은 우리나라 해외전시 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후 GNC미디어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전시사업 능력을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성 산하의 국립미술관 연합(RMN)의 한국지사 자격을 따기도 했다. 2002년에는 '밀레전'을 성공시켰다.

블록버스터전시의 성공에 대해 홍 대표는 "이제 우리 문화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일본의 경우 엄청난 돈을 들여 매년 해외전시를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형전시회가 계속되면서 내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전시회도 없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월 초까지 계속될 서양미술 400년전에 대해서도 일부에선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작가의 유명작품들은 거의 볼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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