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는 왜 블록버스터 전시 못하나

입력 2005-03-26 09:48:06

대구는 블록버스터 전시의 소외지역이다.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대구가 이처럼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 수준의 전시공간이 전무하다-무엇보다 대구에는 국제적 수준의 전시공간이 없다. 문화예술회관이나 엑스코 등이 있지만 항온·항습설비 등이 갖춰진 전시공간은 전무하다. 부산은 1998년 부산시립미술관을 건립, 문화불모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다. 서울에서 열린 '샤갈전'은 지방도시 중 유일하게 부산에서 열렸다. 그래서 대구사람들은 버스를 대절해서 부산으로 원정관람을 가야 했다.

'문화도시'답게 대구시는 엄청난 규모의 시립미술관 건립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쉽게 가기 힘든 월드컵경기장 부근으로 입지를 선정하면서부터 꼬이고 있다. 777억 원의 예산을 투입, 2008년 완공한다는 계획 아래 2002년 실시설계까지 마쳤지만 아직 공사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공사비는 물가 상승 등으로 870억 원으로 늘어났고 올해 처음으로 진입도로 공사 등에 168억 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사업성이 떨어져 공사비 마련이 여의치않게 되자 대구시는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BTL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으로 바꿨다. 민간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언제 미술관이 지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구시 정하영 문화관광국장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주변이 개발되면 나아질 것"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한국화랑협회장을 맡고 있는 맥향화랑의 김태수 대표는 "세계 어느 나라도 미술관을 시 외곽에다 짓는 예는 없다"며 "이왕 지으려면 제대로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옛 전매청 자리인 수창공원이나 2·28공원을 미술관 적지로 추천하면서 입지 재검토를 주장했다.

▶적정 수익성 보장이 힘들다-수익성 보장이 힘들다는 점도 대구 전시가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달리 조각전에는 3만5천여 명이 입장, 주최 측이 2억 원정도 손해를 봤다.

그러나 올 초 부산에서 열린 샤갈전에 16만 명의 입장객이 몰린 것을 보면 지방이라고 해서 안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김태수 화랑협회 회장은 "대구는 미술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단언했다.

GNC미디어의 홍성일 대표는 일본의 예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본에서는 수도와 지방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들이 후원자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부족한 입장 수익에 대해서는 후원금으로 채워줄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은 전시개최 고려사항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외국사례를 대구시는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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