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청…"KBS노사 모두에 문제"

입력 2005-03-25 17:19:24

KBS 노무팀 직원의 노조 회의 불법도청으로 노조가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KBSPD협회, KBS기자협회, K BS아나운서협회, KBS경영협회 등 각 직능별 협회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노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PD협회와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는 성명에서 사측의 낙후된 노무시스템과, 조합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 없이 사건의 책임을 사장 퇴진으로 연결시킨 노조를 모두 비난했다.

PD협회는 노조의 결정에 대해 "이번 불법 녹취사건을 정 사장의 거취와 직접 연결하며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도 생략한 채 사장 퇴진을 전면 요구하는 것이 과연바람직한 대응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사측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를하고자 했다면 너무도 성급한 행동이었다"고 협회의 입장을 전했다.

PD협회는 또한 사측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난하면서 "책임자에 대한 적절한 문책과 함께 전근대적인 노무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노조의 극단적 대립을 경계한다'는 성명서에서 "우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노사관계를 대립적인 관계로만 인식해 온 사측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고생각한다"면서 "회사쪽은 지금까지 관행화된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에 대해서는 "진상조사를 충분히 하지도 않고 기자회견부터 열어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면서 지금이라고 감정적 대응을 접고 조합원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다시 밟을 것을 요구했다.

아나운서협회는 '심각한 반성과 냉정한 비판이 필요할 때'라는 성명을 통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를 밝혀내고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사측을 비판하는 한편 노조에 대해 "다수 노조원들의 민의 수렴과 지지가 간과돼 아쉽다"고 밝혔다.

한편 경영협회는 사건의 책임을 노무팀 직원 개인에게 돌리는 사측을 비난했다. 경영협회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노무팀 직원의 업무의욕 과잉으로 빚어진 우발적인 일"로 몰고가는 사측을 강력히 비난했다. 경영협회는 "도대체 노무팀 소속일개 평 직원이 개인의 업무의욕 과잉으로 이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회사의 주장을 누가 믿겠느냐"면서 "회사가 이번 일의 모든 책임을 노무팀 직원 개인의 일회성해프닝으로 몰고 가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고 말했다.

KBS경영협회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노무팀을 비롯, 경영관리팀, 재무팀, 총무팀, 후생안전팀 등 경영 업무직 직원들의 이익단체다. 500여명이 회원으로 있고회사 업무를 주로 하는 특성상 노조원이 많지 않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