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시름 쌓이면 그냥 훌쩍 떠나요"

입력 2005-03-25 10:58:49

릴레이 이런 삶-여행애호가 이종수·이수령씨 부부

이종수(李宗洙.41)-이수령(李受玲.41)씨 부부는 걸핏하면 짐을 싼다. 일도 시름도 내려놓고 그냥 훌쩍 떠난다.대구 토종인 부부는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쪽은 안가본 곳이 없다. 외동딸 지은이(14)를 낳고 난 이후엔 외국 여행이 부부의 즐거움이 됐다. 신혼여행으로 제주를 다녀왔는데 다른 친구들은 외국으로 신혼 여행을 가는 것을 보고 약이 올라 시작한 외국 여행이다.

첫 여행은 지은이가 두 살 갓난아기 때 부터다. 서울에 연고가 없어 그냥 안고 갔다고 한다. 가보니 좋았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인상적이었다 한다.

종수씨는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박물관 계단이나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했다.

부부는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은 피한다. 구속이 싫어서다. 가고 싶은 곳이 정해지면 책과 인터넷으로 사전 학습을 한다. 잠은 허름한 호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며 시장과 골목길, 그곳 서민들이 다니는 호프집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수령씨는 "우리는 여행객이 아니라 그들의 일부가 된다"고 했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서 해외에 가는 것이 아니다. 술 덜 마시고 돈 덜써 그들은 떠난다.종수씨는 "살면서 한가지라도 내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했다. 수령씨는 "여행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며 "떠날 때마다 가슴 벅차다"고 했다.

두 살 때부터 유럽 미국 일본 호주 동남아 등 안가본 곳이 없는 지은이가 공부를 곧잘 해 부부는 흐뭇하다. 서울대 과학영재교육센터가 실시하는 영재교육을 1년 받고 재능을 인정받아 친구 3명과 함께 사사반에 뽑힌 것이 큰 자랑이다.

수령씨는 "특별한 과외도 하지 않았는데 재능을 인정받은 것은 외국 여행을 많이 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함께 열심히 놀아줘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지은이가 중3이 되어 부부는 잠시 여행을 접었다. 대학가면 단 둘이서 오지를 여행하는 것이 부부의 꿈이다.영남대 건축과를 졸업한 종수씨는 건설사업 관리사인 ITM사에서 부장으로 일한다. 건설 기획부터 타당성 및 설계검토, 유지관리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인천공항이 ITM의 작품이다.

종수씨의 형 동수(45)씨는 경남 함양의 한마음연합의원 원장, 형수 서옥정씨는 대구 푸른미래내과의원 진단방사선과 의사다. 전업주부인 수령씨는 김효선 샘한의원 원장과 초.중 동기다. 아버지 상곤(72)씨는 세왕교통 대표, 제부 박영근씨는 박영치과 원장으로 일한다. 이들 부부는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행정소송법 전문가인 박영만 변호사를 추천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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