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대통령 대일비판'에 반발 움직임

입력 2005-03-24 13:39:04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노 대통령의 강력한 비판에 무척 당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말을 아끼면서 일단 "냉정한 대처"를 강조한 가운데 진의파악에 나섰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불쾌감과 반발의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 냉정대처 강조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등 외교현안에 대해 "대립하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를 극복한 실적과 지혜가 일본 정부와 일본인에게 있음을 상대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시적 대립과 이견에 얽매이거나, 정체상태에 빠졌다는 느낌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미래지향적으로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간다는 데 서로 흔들림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다카시마 하쓰히사(高島肇久) 외무성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당국자들이 정밀분석 중이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미래를 향해 화해의 정신으로 마음속에 맺힌 것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냉정대처를 강조했다.

그는 2차대전 중 한국인 징용자 유골을 조사해 돌려달라는 한국 측의 요구에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혀, '한국 달래기'를 위한 일본 정부의 물밑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이 지난 17일 발표한 담화에 근거, 앞으로도 한국에 관계발전을 위한 협력을 요청한다는 구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반발기류도 감지

일본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일본 측을 강력히 '나무란 데' 불쾌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집권 자민당의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청장관은 '일본은 자위대 해외파병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젠 재군비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고통스런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자위대는 해외에서 무력행사를 하지않는다는 것인데 이를 재군비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비판을 끌어올려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충분히 숙고해 달라"며 반발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 중의원 의원도 "지금까지 쌓아온 한·일관계를 시궁창에 버리는 것 같은 담화"라며 "이대로라면 북한이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여론에 좌우되기 쉬운 대통령의 취약함이 드러났다"면서 " 감정적인 표현이 많은 게 북한과 똑같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외무성 한 간부는 "말문이 막힌다"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주장했다.

◇ 속내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외교적으로 얻은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판단에 우려를 갖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핵 6자회담의 재개와 일본인 납치사건 등의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외교 숙원'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있어서도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할 형편이다.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나왔을 것이라는 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초 한국 정부의 대일비판을 "국내용"으로 치부했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에 대한 자책도 외무성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도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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