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부러진 450여 년 된 정자나무의 가지가 마을 주민들 뜻에 의해 다시 장승으로 우뚝 서 마을 '수호신' 역할을 계속하게 됐다. 김천시 남면 월명2리 속칭 하능마을 주민들은 최근 마을 어귀의 수령 456년 된 정자나무의 부러진 가지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제작, 정자나무 앞에 세웠다.
1994년 보호수(경북도 지정)로 지정된 높이 12m, 둘레 6.2m의 이 느티나무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나무 오른쪽 큰 가지가 부러졌고, 마을 주민들은 부러진 가지를 유용하게 쓸 방법을 고민하다 장승으로 다시 만들어 마을 수호신 역할을 계속하도록 한 것.
장승 제작에 필요한 경비는 5가구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부담했다.7대째 이 마을에 사는 배오만(88)씨는 "450여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인데 부러진 가지라고 헛되이 버릴 순 없었죠, 마을 수호신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선 장승으로 환생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주민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임동호(63)씨는 "부러진 가지를 가져가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마을 수호신을 다른 곳으로 유출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전문가에게 의뢰, 장승으로 만들었다"며 "마을과 동고동락해온 정자나무의 부러진 가지를 늦게나마 다시 살리게 돼 무척 기쁘다"고 했다.문정곤 남면 면장은 "행정기관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마을 주민들이 뜻있게 대신 처리해줘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사진:김천시 남면 월명2리 마을 앞에 세워진 부러진 정자나무 가지로 만든 장승. 장승 뒤로 500여 년 된 정자나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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