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한나라당 탈당…의원직 상실

입력 2005-03-23 17:19:42

한나라당 비례대표인 박세일(朴世逸) 의원이 23일 탈당계를 제출, 현행법에 따라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박 전 의원은 당의 정책과 자신의 소신이 충돌하자 스스로 의원직을 던지는 헌정사상 보기드문 사례를 남기게 됐다.

대학교수인 그는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사법개혁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 '개혁의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기성정치권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는 이번에도 '행정도시특별법'이라는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 17대 국회의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정치인 박세일'의 날개를 접고 말았다.

박 전 의원은 작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탄핵의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입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유세=박근혜, 정책공약=박세일'로 역할을 분담하며 '보수세력 구하기'에 나섰다.

또 총선 이후엔 여의도연구소장과 정책위의장직을 맡으며 박대표 체제의 이념과 정책을 지탱하는 자타공인의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위헌결정에 따른 후속대책을 놓고 박 대표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대립해오다가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탈당을 결행, 정치권과 인연을 끊었다.

그는 23일 '한나라당 선배.동료 의원과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탈당을 선언하고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에 애정어린 비판을 전했다.

그는 글에서 "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왜 우리(한나라) 당이 수도분할법 문제에 대해 그렇게 서둘러 입장을 정했어야 했는 지 알지 못한다"며 행정도시특별법 처리를 비판했다.

또 그는 "('행정도시특별법 수용론자와 반대론자 중) 누가 옳았는 지는 국민과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며 행정도시법 반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나라당이 냉철한 자기성찰, 철저한 기득권의 포기, 그리고 과감한 혁신과 개혁을 통해 환골탈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당이 '개혁보수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범중도 우파 전국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또 박 전 의원은 "새로운 분야에서 나라와 역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한다"면서 "당의 발전을 위해 밖에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는 지도 열심히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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