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막염 남편 간병 김순란씨

입력 2005-03-23 16:09:40

"밀린 병원비 수천만원…희망을 주세요"

'병원에 있는 시간 동안 그저 아버지를 미워하고 원망해왔던 저였지만 그땐 왜 그랬는지 후회되곤 합니다.

너무나 한스러워 몇 번이나 울게 만들었던 그런 아버지가 지금 와서는 왜 이리도 그립고 보고 싶은지….

군에 들어오기 전 제 작은 소망이 아버지께 "몸 건강히 잘 다녀와라"라는 말을 듣는 거였는데… 제가 임관하는 그날 검은 베레모를 쓴 제 모습을 보시면서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시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김순란(50·여)씨는 3개월 전 특전사에 입대한 둘째 아들(21)의 편지를 받아들고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남편의 병간호 때문에 군에 입대하던 날도 따뜻한 밥 한 공기 못 먹인 것이 죄스러웠다.

"일어나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야"라고 자꾸만 자꾸만 말했다.

22일 오후 동산병원에서 만난 김씨는 잠깐의 대화도 남편 곁에서 하고자 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는 남편을 데리고 입원한 지 벌써 2년, 그 동안 그 곁을 한번도 떠나보지 않아서 불안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저께 밤에 갑자기 열이 오르고 혈압이 뚝 떨어져 중환자실에 갔다가 오늘 내려왔거든요. 병원에서 남편이 갑자기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했거든요. 어떻게 혼자 놔둬요. 제가 곁에 없으면 불안해 하는 눈빛도 보이고…."

남편 오영현(54)씨는 뇌수막염으로 현재 거의 뇌사상태로 반듯이 누워있다.

허벅지, 장딴지 쪽은 뼈마디만 남아있다고 느낄 정도로 깡 말라 있었다.

지극정성이었다.

김씨는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일어나 몸을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손등도 어루만져주고 목 안에 고인 가래도 능숙하게 뽑아냈다.

"관광버스 기사였던 남편은 10년 전 교통사고로 요추 1, 2번을 다쳤지요. 겨우 걸어다닐 정도였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3천만 원을 빌려 아나고 식당을 했어요. 손님은 내 마음만큼은 찾아오지 않대요. 그래도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됐는데 지지난 해에 머리가 아프다더니 그만…."

처음엔 감기증세였다.

약 한 달 정도를 병명도 모른 채 병원에 있었다.

그리고 곧 뇌사상태에 빠져 버렸다.

"병원비라도 마련하기 위해 밤새도록 식당을 했어요. 둘째가 밤새 간호하다 아침에 교대하고 낮에는 제가 돌보다 밤에는 식당일하고…."

"큰 애 태권(24)이가 시내에 있는 어떤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조금씩 돈을 벌어와요. 50만~60만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것도 수입이라고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은 안 된다더군요. 밀린 병원비만 해결되면 집으로 가서 좀 편하게 보살피고 싶은데…."

공단에서 빌린 3천만 원을 갚으니 오히려 빚이 더 많았다.

달세 단칸방으로 옮겼지만 수입도 없었고 애들은 만 20세가 넘어 수급자 가정도 되지 못했다.

2년간 밀린 병원비만 벌써 3천여만 원. 희망은 보이지 않고 자꾸만 침잠한다.

"목을 뚫어서 숨을 쉬게 하고 코에 끼운 호스를 통해 밥을 먹지만 우리 남편은 일어납니다.

곧 깨어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어떨 때는 꼭 제 얘기를 듣는거 같기도 하고 눈도 잘 깜빡이고… 살려주세요 제발."

김씨는 또다시 남편의 몸 이곳저곳을 젖은 수건으로 닦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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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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