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쟁점이다-(10)구 대구상고 본관 철거 논란

입력 2005-03-23 16:32:13

공무원연금 관리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중구 대봉동 센트로팰리스 아파트 건축 현장(7천800여 평)의 구 대구상고 본관 건물이 철거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923년에 건립된 구 대구상고 본관 건물(규모)은 대구시가 유형문화재 48호로 지정한 2층 건물로 면적은 각각 200평 정도. 이 건물의 철거를 주장하고 있는 계약자협의회와 시 문화재담당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다.

◇ 센트로팰리스 계약자협의회 박찰원(73) 회장

"구 중앙청도 일제 잔재라고 철거한 마당에 일제 강점기에 지어졌고 큰 의미도 없는 건물을 그곳에 둘 필요가 있습니까. 차라리 주민편의시설을 짓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2007년 센트로팰리스 아파트에 주민들이 입주하게 되면 이러한 의견이 더욱 거세질 것이므로 빠른 시일내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계약자와 대구시, 상원고(구 대구상고) 동창회 등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좋다는 것이 계약자협의회의 입장이다.

계약자협의회 박찰원 회장은 "시에서도 관리하기 힘들 것이고 43층이나 되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빌딩숲에 그 건물이 파묻히는 셈인데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없는 건물을 공사에 지장을 받아가며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꼭히 이 건물을 보존해야겠다면 현재 상원고 자리로 옮기면 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대구상고 동창회에서는 아직 옮길 의사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면서 "건물을 보존하겠다면 건물 자체를 보존하는 것이지 건물의 위치까지 보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그 건물이 벽돌조의 건물이므로 옮기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대구시에 건물 이전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예정입니다. 또 예산상 문제 등으로 옮기기가 힘들다면 철거를 위해 문화재 지정 해제를 요구할 겁니다."

◇ 대구시 문화예술과 김기환(53) 문화재 담당

"구 대구상고 본관 건물은 시 문화재위원회의 면밀한 검토를 거친 뒤 지정예고와 공고절차를 거쳐 지난 2003년 4월 문화재로 지정한 것입니다. 아파트 건축 허가 당시 협의가 끝난 사항을 가지고 논란을 벌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건물이 지난 1923년 건립된 이후 지역상업교육의 산 역할을 해왔고 건물의 외관구성과 건축법이 당시의 건축적 상황과 서양건축의 유입과정을 살필 수 있는 건축사 연구의 자료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것이 시 문화재위원회의 결론이었다.

대구시 김기환 문화재담당은 "문화재청에서 2001년부터 2년간 전국에 흩어져 있는 근대건축물을 일제조사, 대구시에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시는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집중 검토한 뒤 문화재로 지정했다"고 그 근거를 밝혔다. 그는 또 "계약자들도 이 문제를 알고 계약을 했을 것이고 만약 몰랐다면 공사시행사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이해관계를 따질 일이지 이 건물의 문화재적 가치를 문제삼아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시에서는 이 건물은 현재 공사시행사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소유재산이고 매입계획도 없으므로 아직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근대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문화재 전문가 등 관계자,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입주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용도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 시의 입장. "개발을 위해서 문화재를 이전하거나 지정해제를 요구, 철거한다면 이 땅의 문화재가 제대로 보존이 되겠습니까."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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