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관리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중구 대봉동 센트로팰리스 아파트 건축 현장(7천800여 평)의 구 대구상고 본관 건물이 철거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923년에 건립된 구 대구상고 본관 건물(규모)은 대구시가 유형문화재 48호로 지정한 2층 건물로 면적은 각각 200평 정도. 이 건물의 철거를 주장하고 있는 계약자협의회와 시 문화재담당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다.
◇ 센트로팰리스 계약자협의회 박찰원(73) 회장
"구 중앙청도 일제 잔재라고 철거한 마당에 일제 강점기에 지어졌고 큰 의미도 없는 건물을 그곳에 둘 필요가 있습니까. 차라리 주민편의시설을 짓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2007년 센트로팰리스 아파트에 주민들이 입주하게 되면 이러한 의견이 더욱 거세질 것이므로 빠른 시일내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계약자와 대구시, 상원고(구 대구상고) 동창회 등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좋다는 것이 계약자협의회의 입장이다.
계약자협의회 박찰원 회장은 "시에서도 관리하기 힘들 것이고 43층이나 되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빌딩숲에 그 건물이 파묻히는 셈인데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없는 건물을 공사에 지장을 받아가며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꼭히 이 건물을 보존해야겠다면 현재 상원고 자리로 옮기면 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대구상고 동창회에서는 아직 옮길 의사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면서 "건물을 보존하겠다면 건물 자체를 보존하는 것이지 건물의 위치까지 보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그 건물이 벽돌조의 건물이므로 옮기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대구시에 건물 이전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예정입니다. 또 예산상 문제 등으로 옮기기가 힘들다면 철거를 위해 문화재 지정 해제를 요구할 겁니다."
◇ 대구시 문화예술과 김기환(53) 문화재 담당
"구 대구상고 본관 건물은 시 문화재위원회의 면밀한 검토를 거친 뒤 지정예고와 공고절차를 거쳐 지난 2003년 4월 문화재로 지정한 것입니다. 아파트 건축 허가 당시 협의가 끝난 사항을 가지고 논란을 벌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건물이 지난 1923년 건립된 이후 지역상업교육의 산 역할을 해왔고 건물의 외관구성과 건축법이 당시의 건축적 상황과 서양건축의 유입과정을 살필 수 있는 건축사 연구의 자료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것이 시 문화재위원회의 결론이었다.
대구시 김기환 문화재담당은 "문화재청에서 2001년부터 2년간 전국에 흩어져 있는 근대건축물을 일제조사, 대구시에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시는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집중 검토한 뒤 문화재로 지정했다"고 그 근거를 밝혔다. 그는 또 "계약자들도 이 문제를 알고 계약을 했을 것이고 만약 몰랐다면 공사시행사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이해관계를 따질 일이지 이 건물의 문화재적 가치를 문제삼아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시에서는 이 건물은 현재 공사시행사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소유재산이고 매입계획도 없으므로 아직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근대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문화재 전문가 등 관계자,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입주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용도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 시의 입장. "개발을 위해서 문화재를 이전하거나 지정해제를 요구, 철거한다면 이 땅의 문화재가 제대로 보존이 되겠습니까."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