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 개봉작 '反日장벽' 넘을까

입력 2005-03-23 12:30:44

독도 문제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개봉을 앞두고 있는 일본 영화들의 행보에 관심이 간다. 영화 관계자들은 아마 "독도는 독도, 영화는 영화"라고 외치고 싶을지 모른다. 25일 개봉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69 식스티 나인', 내달 1일 선보이는 '아무도 모른다'가 과연 독도 여파라는 폭풍우를 뚫고 무사히 대한해협을 건널 수 있을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도이 노부히로/주연 다케우치 유코·나카무라 시도우/118분/12세 관람가)

일본 개봉 당시 400만 명의 관객을 울린 흥행 대작으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잇는 최루성 멜로물이다. 세상을 떠난 아내가 비와 함께 찾아와 6주 동안 기적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줄거리. 원작 소설 역시 100만 부 이상 팔린 이 영화는 일본 특유의 감성적 멜로가 살아 있는 작품이다. 눈물 바람을 예고할 듯.

◇'69 식스티 나인'(감독 이상일/주연 츠마부키 사토시·안도 마사노부/113분/15세 관람가)

무라카미 류의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이 '보더 라인' 이후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영화. 영화의 시간배경인 1969년은 세계적으로 반전운동이 일던 해였고, 일본은 고도성장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일본은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며, 그동안 기성세대에 의해 억압받던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하다. 어수선한 시기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다소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청춘영화로 보인다.

◇'아무도 모른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주연 야기라 유야·키타우라 아유/140분/전체 관람가)

주인공 야기라 유야가 만 14세의 나이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지난해 칸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떠나버린 후 고아로 남은 네 남매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과장되지 않게 차분한 톤으로 그려내고 있다. 불행한 상황과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끊임없이 관객들을 '괴롭히던' 영화는 결국은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을 슬픔으로 멍하게 만든다.

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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