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사회에 사장되어 있는 경영노하우를 활용하자

입력 2005-03-23 10:09:40

기업체의 '임원'은 별을 달았다고 표현될 만큼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임시직원'의 줄임말로 불리기도 한다.

사원에서 부장까지는 신분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면 파리 목숨이 되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성과 지상주의에선 임원이 아닌 직원들조차 구조조정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임원 인사는 그 조직에서 계속 근무를 해 온 조직내부 사람이 승진하던 시스템이었다.

간혹 가뭄에 콩 나듯 외부에서 영입해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정규직 임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구조조정이나 감량경영으로 많은 일자리를 잃은 임원들이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임원제도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됐다.

서구의 경우에서 보듯이 구조조정으로 퇴출된 임원 숫자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새로운 시스템이 싹트게 된다는 것이다.

즉 직원에도 정규직과 임시직이 있듯이 임원도 정규직 임원과 임시직 임원으로 이분되게 된다.

우리의 경우에도 임원이나 경영층으로 근무한 사람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그 숫자도 적지 않아 새로운 바람이 불 때가 되었다고 본다.

임원급 인재를 추천하는 사업을 하는 리소스 커넥션사의 스티븐 주스토 부사장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최근 임시직 임원에 대한 수요가 전년에 비해 30% 정도 늘었으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자신이 일해온 전문분야에서 조직내 임원이 해왔던 업무를 외부의 임시직 전문가가 바통을 이어 받는다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여러 개의 회사에서 임시직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해 일종의 고급프리랜서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시직 전문가라고 해서 계약의 주도권이 회사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임시직 전문가가 회사의 요청에 응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주도권이 개인에게 있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이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운 회사차원의 고질적인 병폐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성과책임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AIT그룹에서 해외영업과 마케팅 분야의 임시직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제프리 디루비오는 고용계약을 맺기 전 거의 한 달 동안 사전조사를 행했다고 한다.

일을 맡아야 할지 아니면 거절해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임시직 임원을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첫째, 자기 기업에서 키워내지 못한 취약분야를 손쉽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강한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서비스교육이 잘된 곳이 있고, 인사가 강한 곳이 있고, 영업에 강한 회사, 그리고 IT기술에 강한 회사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영역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전문가를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기업이 예전에 가지고 있던 핵심역량을 새로운 핵심역량으로 바꿀 필요가 있는 경우라든지 아니면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할 경우 손쉽게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세계수준의 전문가가 필요하긴 하지만 정규직으로 고용하기에는 부담이 갈 경우"필요한 기간 동안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 분야의 전문가를 정규직 임원으로 두기에는 고용이나 처우상의 부담이 있지만, 임시직이라면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짧게는 몇 주 또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간을 유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회사기밀이 누출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회사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임시직 전문가 선호도가 낮았으나 기업 투명성과 윤리를 강조하는 요즘 현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임시직 전문가를 활용하는 흐름이 더 강해질 것 같다.

셋째, 정규직으로는 고용하기 어려운 분야별 고급인재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수준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고급인재를 파트타임과 같은 형식으로 이용함으로써 산업현장 경험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금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사외이사나 컨설팅 서비스같은 역할에다 자기 회사가 약한 부문을 보완하고 거기에다 책임의식까지 부가해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또한 사외이사를 활용하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에 사장되어 있는 전직CEO와 임원들의 전문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이러한 임시직 전문가의 장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드는 현실에서 고령인력을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의 관리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 선 표 (CEO Consulting Group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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