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4인조 록밴드 '신신버스'

입력 2005-03-23 08:56:11

"쉼고 경쾌하게 행복을 노래해요"

"전국의 모든 공연장으로 '버스 노선'을 확장할 겁니다." 록음악에 취한 승객들을 태운 버스가 유쾌한 여행을 시작한다.

행복과 즐거움으로 사람들을 안내할 버스는 바로 '신신버스'. 1970년대 록 사운드에 유머와 위트가 가미된 펑키 리듬을 얹어낸 대구 출신의 4인조 밴드다.

최근 1집 '렛츠 고 크레이지(Let's go crazy)'를 내고 인기몰이 중인 '신신밴드'는 호미(윤세영·28·보컬), 더브(김정현·30·기타), 성단(김성철·28·베이스), 우즈(정재목·28·드럼)로 구성된 홍대 클럽 최고의 인기 밴드. KBS 폴리사운드 주최 제1회 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최근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송 중인 애니메이션 '최유기 리로드'의 주제가 '와일드 록(Wild Rock)'를 불러 주목을 받았다.

MBC 라디오 '신해철의 소스트네이션'에서 집계한 인디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들의 시작은 음악만큼이나 이채롭다.

지난 1999년 대구 중구 밀리오레 근처의 '신신반점'이란 중국 음식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들은 같이 밥을 먹다 내친 김에 음악도 해보자며 뜻을 모았다.

밴드 이름도 '신신'이라는 중국 음식점 이름을 따 붙였다.

"대중들과 함께 언제든 즐겁게 새로운 음악 여행을 떠나자는 의미로 '버스'를 넣기로 했죠." (더브)

대구에서 첫 EP 앨범을 낸 이들은 "제대로 음악 한번 해보자"며 지난 2001년 무작정 상경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공연은커녕 당장 생계부터 해결해야 했다.

'영농후계자'같은 듬직한 체구의 호미는 경기도 광주에서 아버지를 대신해 비닐하우스에서 상추 농사를 지었다.

우즈는 두부공장에서 두부판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해야했고 성단은 택배회사에 취직해 배달일을 하며 월셋방을 전전했다.

다른 팀들의 공연장에 꽃 배달을 갈 때마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단다.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음악'에 대한 갈망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한 곳에 몰입할 수 있었던 순간이 멤버들과 함께 연주하고 있을 때였어요."(호미) "10, 20년씩 멤버 교체없이 음악을 하는 제대로 된 밴드가 되고 싶었죠."(성단)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던가. 2002년 홍대 클럽 '롤링 스톤즈'에서 공연을 시작한 이들은 점점 관객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내놓은 첫 번째 앨범은 그 달콤한 결실이다.

13곡이 실린 '신신버스'의 1집은 '록 앤 롤'이라는 큰 틀안에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쉽고 경쾌하다.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을 했어요.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보다는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찾자는 데서 출발했죠."(더브)

타이틀곡인 '미쳐보는거야'는 '유쾌함'이라는 '신신버스'의 색깔을 대변하며 인기를 끌었고 후속곡 '렌즈속의 그녀'는 짝사랑하는 여자를 따라다니며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으니 피하지만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귀여운 스토커'의 모습을 담아 화제가 됐다.

작사·작곡은 공동으로 하지만 아이디어는 주로 더브가 많이 내는 편이다.

"더브의 성격 탓에 항상 완성된 곡을 들고 와요. 하지만 멤버들이 연주하면서 각자의 색채가 담기면서 전혀 다른 곡이 되죠."(호미)

"단순히 듣고 보는 음악이 아닌 팬들과 함께 즐기고 웃으며 맘껏 취할 수 있는 무대, 또 그런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히는 신신밴드는 4월 16일 홍대 롤링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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