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연금법 개정, 이성적으로 보자

입력 2005-03-23 08:56:11

국민연금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도 벌써 17년이 흘렀다.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1천700만 명, 연금수급자 140만 명, 적립기금 133조 원으로 규모면에서 실로 엄청난 성장을 이룩하였다.

제도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도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높아졌다.

우리 사회는 해방 이후 급격하게 외형적으로는 여느 서구 선진국 못지 않게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산업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사회적 위험과 불확실성 또한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사회적 위험과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연대를 통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 없이 더욱 증대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국민연금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와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적 현실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약 8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데 비해 2030년에는 3명당 1명 꼴로 부양의 부담이 증가한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최근 KDI에서 현재와 같이 저부담·고급여 체계로 갈 경우 2042년경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기금고갈문제가 더 큰 제도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제도 도입 초기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의 국민연금은 저부담·고급여 체계로 출발했고, 상당 부분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서 불가피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객관적인 적정부담·적정급여를 지향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사실 고갈이 예상되는 향후 40년이란 짧은 세월이 아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접근해도 결과에 대한 오차를 피하기 힘든 긴 세월일 수도 있고,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먼 미래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연금개혁이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영구 불변하는 사회제도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역동적인 사회 변모와 함께 변화해 나갈 때만이 영속적인 생명력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분명 우리가 이성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회피가 아닌 정면으로 동시대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함으로써 보다 굳건한 국민연금으로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

보다 이성적인 눈으로 국민연금법개정안을 바라볼 때라고 생각한다.

이상근(국민연금관리공단 동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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