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아빠 배진덕의 얼렁뚱땅 살림이야기-애 밥 먹이기

입력 2005-03-22 11:45:17

아직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애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로서 진땀을 빼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밥 먹이는 일일 것입니다. 밥 먹일 때마다 애들의 기분을 맞춰줘야 먹을까. 그래도 고작 너덧 숟가락 받아먹고는 부모가 내미는 숟가락을 온몸으로 뿌리치기 일쑤이지요. 이에 질세라 부모 또한 아이를 따라다니면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합니다. 아마 유아를 둔 집에서 일상으로 접하는 광경이고 우리 집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숟가락을 들고 아이를 쫓아다닐 때마다 한가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과연 인간의 본성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지요. (사실은 아이의 식욕을 부추길 물리적 자극이 아닌 심리적 자극요소로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소위 햇볕 정책의 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와 우리 부부가 숟가락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저녁 시간, 텔레비전에 동물의 세계라는 방송이 나오면 이런 의문이 더욱 생깁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새끼들은 기를 쓰며 먹으려 하는데 우리 애들은 왜 이토록 먹기를 거절하는 것일까. 사람이 동물에 비해 먹을 것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이가 먹을 적당량에 대해 어른이 과대 평가하여 그런 걸까, 아니면 사람이기에 먹는 것이라는 원초적 욕구보다는 영적 존재로서의 지적 호기심이 식욕을 앞지르기 때문일까 등등 별별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큰 아이는 두 돌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자아가 형성되고 소유욕도 강하게 일어 자신에게 당장 필요가 없더라도 일단 빼앗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고 말합니다. 퇴근 후 피곤해 베개를 베고 누워 있으면 "내 꺼야"하며 제가 베고 있는 베개를 빼앗지요. 또 제가 동생을 안고 있는 걸 보면 동생을 못 안도록 제 손을 잡아끌며 자기 방으로 가자고 우기는 등 강한 소유욕과 질투심을 보입니다.

제가 늦게 애 둘을 키우면서 경험한 것을 가지고 인간 본성 운운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지 모르지만 최소한 우리 애들의 본성은 소유욕과 질투심으로 똘똘 뭉쳐진 이기적 존재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숟가락을 뿌리치는 아이를 쫓아다니며 밥 먹이기에 진이 빠진 저는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려 아이의 소유욕을 자극해 보기로 했습니다. 큰 아이의 입에 들어갈 밥의 소유권이 저에게 있음을 강하게 주장하면 어리석은 큰놈은 그 밥알을 빼앗길까봐 어느새 제가 내미는 밥숟가락을 시원스럽게 받아먹습니다. '짜∼쓱' 아버지의 수법에 속은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아이의 강한 소유욕과 질투심이 생명체가 갖는 한계성에서 연유한 당연한 본능임을 이해하기에 용서는 하지만, 아들아!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싶다면 우선 네 것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라.

부언: 딸 너도 마찬가지….

변호사 jdb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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