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하고 확 줄입시다-(9)사람도 함께 다닐 수 있는 도로

입력 2005-03-22 09:47:42

회사원 이모(33·중구 대신동)씨는 대구시청 앞에서 동인파출소 사이 도로를 지날 때면 짜증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통행량은 많지만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어 매캐한 매연을 뒤집어쓴 채 경적을 울리는 차들을 피해다녀야 하기 때문.

도로행정 체계가 보행자 중심으로 새로 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안전한 인도 또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해 가급적 도심에 진입하는 차량 통행량을 줄이고, 그만큼 보행자나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이용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대구시는 적잖은 반발을 감수하고라도 도심에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지는 중앙대로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네거리까지 남북간 1km 구간. 이달 말까지 용역안 결과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좁혀 버스와 택시만 다닐 수 있도록 바꾸고, 남은 2차로를 인도로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중구청은 지난 달 말 동아백화점~시청네거리 660m 구간에 폭 2~2.5m의 인도를 새로 설치했다.

과거 이곳은 인도와 차도 구분이 되지 않은데다 상점 앞 주차 차량들로 행인들이 차도로 내몰려야 했다.

중구청 공창환 교통행정과 담당은 "오는 2010년까지 경대병원 앞, 종로초교 뒤편, 시청~동인파출소 등 10곳에 새로 인도를 설치하는 등 안전한 보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교통난 완화 및 웰빙 분위기에 힘입어 자전거를 많이 타자는 분위기가 높지만 거리에 나서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전거로 2년째 출·퇴근하는 권모(31·여·동구 신천동)씨는 며칠 전 새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된 북구 칠곡 3지구를 갔다 실망만 했다.

무늬만 자전거 전용도로였다.

인도에 자전거 전용로가 있었지만 정작 인도 위엔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가득했고 나무까지 막아서고 있었던 것. 지난 95년부터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한 대구시는 올해 달성공단 1.5km구간, 성서공단 1.3km구간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신설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대구에너지시민연대 최현복 대표는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차량 통행량을 가급적 줄이는게 최선인데 갈수록 차만 쌩쌩 달릴 수 있는 도로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며 "앞으로 사람이 도로의 주인이 되는 녹색도시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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