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습니다. 지난주 봄을 재촉하는 비가 다녀간 뒤에 학교 뒤뜰 산수유나무는 노란 꽃잎을 살포시 드러내고 있더군요. 이제 35명의 아이들과 새롭게 인사를 나눈 지도 3주째 접어듭니다. 그동안 화도 한번 내보고, 같이 산책도 하고, 봄꽃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얼굴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들 이름을 다 외웠습니다. 지금은 서로 공부방법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서서히 아이들도 눈에 들어오고 해서 이제는 학부모님께 교육에 관한 제 견해를 알려드리려 합니다.
교육은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교사를 만나게 됩니다. 학교 안팎에서 만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스승을 만나겠지요. 저는 그 가운데 한 명의 교사이고, 소중한 교사이기를 바랍니다. 관계가 바르고 또 길게 보고 아이들에게 약이 된다면 즐겁게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저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매를 드는 교사입니다. 이 점은 제 스스로도 고쳐 나가려고 합니다.
교사는 전문가이고 교실은 늘 열려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 의사에게 가듯이 아이들을 기르다가 힘든 일이 있으면 교사를 찾아오십시오.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바르고,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관계여야 합니다.
배워서 남 줘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삶에 필요한 것을 혼자서 다 해결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서로 나누어야 합니다. 서로 나누고 섬기는 태도나 함께 하려는 연대감이 우리가 가져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남 주려면 좋은 것으로 줘야 합니다. 좋은 것을 서로 나누기 위해 열심히 배워야겠지요.
배움이 즐거워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할 때도 즐거우면 좋고,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즐거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계속 배우고 싶지요. 저도 수업이 즐겁도록 하겠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도와주십시오. 아이들을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야겠습니다. 세상살이가 지나치게 살벌한 전쟁터여서 아이들이 남보다 더 잘 살도록 하겠다고 아이들을 이리저리 내몰게 만드는 것이 현재의 교육환경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고 아이들을 몰아세우는 것은 자칫 아이들을 패배자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문제아는 없습니다. 세상이 잘못된 것이지요. 우리 아이가 타고난 능력을 찾아내고 드러내도록 돕는 어른들의 태도가 먼저 필요합니다.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진리를 위한 경쟁을 하도록 아이들과 진지하게 배우겠습니다. 1년이 지난 뒤 아이들이 교사인 저로 인해 지혜와 키가 자라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할 말이 참 많은데 자주 만나서 하면 좋겠습니다. 자주 학급 카페에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든지 전화를 주시고, 맛있는 것 있으면 나누어 먹고 합시다. 사람 사는 게 뭐 특별나겠습니까? 다음에 얼굴을 뵙고 반갑게 만나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귀한 자녀의 교사가 된 담임 드림-
임성무(도원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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