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 非理 철저히 밝혀야

입력 2005-03-18 13:46:49

항운노조 비리는 감시받지 않는 거대 노동조합은 여타 조직과 마찬가지로 썩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검찰은 부산 항운노조 위원장을 근로자 채용과 승진, 공사 등과 관련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전국 항운노조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서 인천'평택 등지에서도 비리 사실을 포착했다는 보도다.

밝혀진 대표적인 비리 내용은 지난 1월 불거졌던 기아차 노조 사건과 마찬가지로 근로자 채용 비리다. 가난한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미끼로 돈을 뜯어낸 것이다. 부산 항운노조는 전'현직 간부들이 2002년 이후 조합원을 신규 채용하면서 20억 원 이상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과 몇 년 동안의 비리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조합원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 성실하게 일해 마땅한 노조 지도부가 사리사욕에 혈안이 되어온 데 대해 실망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항운노조의 이 같은 비리는 노조에 가입해야만 취업할 수 있는 '클로즈드 숍'이라는 독특한 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클로즈드 숍'은 신분이 취약한 하역 근로자들에게 적정한 노무 관리와 복지 향상, 도급제에 따른 착취 구조 개선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으나, 근로자 보호보다는 근로자를 옭아매고 간부들의 권한을 막강하게 만든 역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또 노조에 노무 공급권을 줘서 노조가 사실상 인력 공급 용역회사처럼 운영된 것도 비리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항운노조는 연맹 산하에 43개 단위조합이 있고 조합원은 2만8천700명에 이른다. 차제에 소문으로 떠돌던 항운노조의 비리를 샅샅이 파헤치고 제도적인 문제점은 과감히 개선해서 항만 노동자들의 일터가 한결 밝아지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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