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닌 '새터댁' 命名의 기쁨
의성군 다인면 삼분4리 속칭 새터마을 주민들은 며칠 전부터 새로운 이름, 즉 택호(宅號)가 하나씩 생겼다.
마을사람들끼리 서로 부르기 좋은 이름을 하나씩 새로 지은 것. 예부터 농촌에서는 이름 이외에 이웃끼리 부르는 이름이 있는 것은 어느 마을이건 흔한 일. 그러나 새터마을처럼 마을 전체 주민들이 한날 한시에 택호를 지어 부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 8일 새터마을 경로당. 마을의 부녀자들은 앞치마를 두른 채 부엌을 들락거리며 고깃국과 부침개 등 음식준비에 몹시 바쁜 표정들이었다.
낮 12시 택호 전달식에 이어 마을 주민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잔치를 벌이기로 했기 때문.
택호 전달식에선 마을의 어른격인 노인회장 서제동(73)씨를 비롯해 인근 마을 행사에 참가했다가 소문을 듣고 달려온 안순덕 도의원, 이정현 군의원, 김세규 면장이 각각 택호를 전달했다.
택호는 마을의 60대 이상 주민 34명이 모여 각 가정의 성격이나 출생지, 부인의 고향, 용모 등을 종합해 지었다.
주민이래야 37가구 90여 명이 전부인 이 마을이 집집마다 택호를 가지게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식들이 성장해 이제는 각자 성인으로 살아가는 데도 마을에서는 아직까지 ○○엄마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데다 지난 설에 출향인·주민들이 웃어른들에게 합동세배를 올리면서 주민들끼리 부를 이름이 마땅찮은 것을 안타깝게 여긴 마을어른들이 택호를 지어주기로 결정했다는 것.
서제동 노인회장은 "상경하애 정신으로 마을의 주축인 60대 이상의 어른들이 모여 택호를 지었으며, 택호를 전달받은 주민들 중 불만을 표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마을의 분위기를 살짝 귀띔했다.
김춘녀(56)씨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총각 때 예천 풍양에서 이사온 남편(이재용·57)과 결혼했다고 '본동댁'이라는 택호를 받았고 45년 전 예천 우망 별실에서 시집 온 김정희(66)씨는 우망 별실을 '포네'라고 부르는 데서 '포네댁'이 됐다.
산 너머 이웃마을에서 시집 온 사람에게는 '영원히 잘살라'는 뜻으로 '영산댁'의 택호가 주어졌다.
주민들에게 택호를 하나씩 지어주자고 맨 먼저 마을 어른들에게 제안한 정두섭(62)씨는 "자신은 다인면 덕지가 고향인데 '크고 의리있게 살라'는 뜻으로 '덕천'이라는 택호를 택했다"며 부인 김이숙(61)씨도 '덕천댁'이라는 택호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김세규 다인면장은 "새로운 택호로 부르며, 주민들끼리 화합해 새터가 전국에서 제일 살기좋은 마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새터를 포함한 삼분(1,2,3,4)리는 마을 앞으로 국도 28호선이 지나가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9만여 평의 논에서 쌀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경북에서도 손꼽히는 곡창지역이다.
특히 이 곳은 많은 정치인을 배출해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제8대 한국농업경영인 경북도연합회장을 역임한 장철수(46) 이장은 "삼분리는 권병로(작고) 제헌의원, 김상년 전 의원, 5선의 정창화 전 의원의 고향으로 주민들의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고 말했다.
쌀시장 개방 등 최근 일어난 일련의 문제들로 우리 농민들의 사기가 과거에 비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새터마을처럼 이웃끼리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네 가슴에 오래도록 간직될 것이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사진: 새터마을 주민들이 서로 부르기 좋은 이름을 하나씩 지어 택호 전달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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