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순천만 여행

입력 2005-03-16 11:01:19

전남 순천. 대구 화원IC에서 2시간30분 거리. 멀지만 하루 시간을 내 봄빛을 느끼기엔 그만인 곳이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금둔사와 선암사, 봄기운 가득한 낙안읍성, 일몰이 아름다운 순천만 등이 가까운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있기 때문이다.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도 산과 바다, 역사의 숨결까지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선암사

선암사의 잘 알려진 풍경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돌다리 승선교를 통해 본 강선루다. 보물 제400호로 지정된 승선교의 둥근 교각 아래로 보는 강선루의 아름다움은 선암사를 소개하는 홍보물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주차장에서 선암사까지 1.5㎞에 이르는 흙길을 불평 없이 걷는 건 승선교를 보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멋진 모습을 볼 수 없다. 승선교의 해체복원 공사는 끝냈으나 공사중인 강선루는 가림막을 쳐놓았다.

아쉬움을 접고 경내로 들어서면 섭섭함도 이내 사라진다. 사찰 전체가 봄꽃에 묻혀 있다. 동백과 백매화, 홍매화가 한창이고 산수유와 목련도 곧 꽃망울을 터뜨릴 태세다.

팔상전 옆을 돌아서면 홍매화와 백매화가 환상적인 꽃터널을 만들어낸다. 20m도 채 되지않은 이 매화터널을 괜히 왔다갔다 해본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기조차 어려울 게다. 이곳 토종매화는 수령이 600년이 넘었다. 종무소 앞의 명물, 와송(臥松)도 600년이 넘었다. 이 소나무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인지 땅 위를 기어가며 큰다.

선암사에서 정작 유명한 건물은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해우소다. 박물관 옆의 '뒤깐'이라 표시된 목조건물로 들어서면 왼쪽은 남자용, 오른쪽은 여자용이다. 삐걱대는 소리 때문에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재래식이지만 냄새가 전혀 없다. 선암사 주차장은 소형 1천500원. 입장료 어른 1천500원, 학생 1천원, 어린이 600원.

◇낙안읍성

낙안읍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된 전통민속마을이다. 다른 지방의 민속촌과 다른 점은 80여 가구의 주민들이 민박, 가게, 주막 등을 운영하며 실제로 초가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질녘의 낙안읍성에서는 정감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초가지붕위 굴뚝에서는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고샅길을 걷는 동네사람들도 정답다. 집앞 한 뙈기 채마밭에서는 지난 가을까지 채소를 일군 흔적이 남아 있다.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마을이다.

성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다. 높이 4m 정도의 성곽은 4㎞ 정도로 한 바퀴 도는 데 40여 분 걸린다. 매표소쪽 동문(낙풍루) 반대쪽 언덕 위 성곽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제일 좋다. 낙안읍성 풍경사진도 이곳에서 찍는 것이 제일 잘 나온다. 읍성을 내려다 보고 있으면 온통 초가집 물결이다.

옛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선 성곽을 한 바퀴 돌고 성 안으로 내려가야 한다. 사극 드라마에서나 본 듯한 관아의 모습과 흙담장이 반기는 민가가 그대로 남아 있다. 골목길 중간중간 도예방이며 가게, 무쇠솥을 걸어놓고 국밥을 파는 식당 등도 있다. 낙안읍성민속마을보존회사무실(061-754-3150)로 전화하면 민박도 알선해 준다. 1박에 3만 원.

◇순천만

순천만은 두 곳에서 봐야 한다. 갈대숲으로 유명한 대대포구는 낙안읍성에서 순천방향으로 나오다 만나는 순천 청암대학 맞은편 도로로 들어서야 한다. 거리는 이곳에서 5.5㎞ 정도.

갈대숲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아침나절이나 해질 무렵이 좋다. 해지기 전 일렁대는 갈대 위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너무 아름답다. 이곳 일대에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이 들어선다. 조류관찰장과 생태연못, 관찰 데크, 전망대, 갯벌체험 지구 등이 들어선다.

순천만 동쪽 끝 포구마을인 해룡면 와온리는 일몰 명소다. 순천만의 갯벌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붉은 해가 환상적이다. 이곳 일몰은 바다와 갯벌, 갈대를 온통 붉게 물들인다. 대대포구 쪽의 갈대밭과 더불어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대대포구에서 둑길을 따라 가면 순천만가든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야 갈대숲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사진 포인트다.

순천만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뱃길을 따라가는 방법이 제일 좋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대대포구 입구에서 배를 타고 습지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포구 입구 선착장 안내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면 배를 이용할 수 있다. 뱃길은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낙안읍성 성곽에서 내려다본 민속마을. 100여 채의 초가가 올망졸망 모여 있다.

◇여행수첩

아침 일찍 출발해 선암사를 둘러보고 점심은 낙안읍성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금둔사는 선암사에서 낙안읍성 거의 다간 지점 산마루에 있다. 선암사~금둔사는 15㎞. 금둔사~낙안읍성은 2㎞ 남짓이다. 선암사에서 충분히 봄을 느끼는 것이 좋다. 금둔사 홍매화가 끝물이라면 선암사 홍매화는 이번 주말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암사에서 바로 낙안읍성에 들렀다가 낙안읍성 안 민속잔칫집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읍성을 둘러본 뒤 금둔사로 되돌아갔다가 순천만으로 가는 길이 시간활용에 좋다. 유명한 순천만 일대 일몰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다. 금둔사는 홍매화가 다 지고 없어도 절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순천시청에서 매일 2개 노선을 운영하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오전 9시 순천역 앞에서 출발하는 1코스(순천역~낙안읍성~고인돌공원~송광사~순천만~순천역)와 오전 10시 역시 순천역 앞에서 출발하는 2코스(순천역~순천만~낙안읍성~선암사~순천역)가 있다. 관람료와 식비만 본인 부담이다. 시티투어 문의=061)749-3328, 749-3742.

◇ 대구에서 가는 길=화원IC∼구마고속도로∼칠원분기점∼남해고속도로∼승주IC∼22번 국도 구례'순천방향∼857번 지방도 우회전(선암사 방향)∼선암사∼857번 지방도(낙안읍성 방향)∼금둔사∼낙안읍성∼58번 지방도(순천 방향)∼청암대학∼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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